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 한다. 출소한 그는 몸을 의탁하던 주교의 은접시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주교는 자신이 줬다며 되레 은촛대를 얹어준다. 장발장은 자신을 배려하는 주교의 거짓말에 감복해 새 사람으로 거듭 난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에 나오는 주인공 장발장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수 없는 거짓말 속에서 살아간다.

길거리에서 오랜 만에 만난 지인에게 "언제 식사나 한 번 하자"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말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인사치레 정도의 빈말로 여긴다. 엄마가 자식에게 자주 하는 거짓말이 있다. "(7시인데도)벌써 8시다. 빨리 일어나라." "(몸이 아픈데도)걱정마라. 건강하게 잘 있다." 등등. 약속시간을 제때 못 지켜 흔히 둘러대는 말도 있다. "(금방 출발하면서도)거의 다 왔다." "차가 막혀서." 대부분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하얀 거짓말이다.

문제는 악의를 갖고 하는, 그래서 사회나 남에게 큰 피해를 주는 새빨간 거짓말(사전적 의미는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이다. 우리 현대사에 수치로 남을 새빨간 거짓말을 되짚는다.

한국전쟁 발발 3일째, 이승만은 피난 간 대전에서 "대통령 이하 전원이 중앙청에서 집무하고/…/오늘 아침 의정부를 탈환하고 물러가는 적을 추격 중…."이라는 육성방송을 내보낸다. 이 거짓말은 결국 수많은 서울시민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1992년 10월 28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미선교회의 휴거(携擧·예수 재림 때 구원받은 신도들이 공중으로 들어올려짐) 사건. 8000여 신도들은 휴거 시점인 이날 자정이 지나도 아무 일이 없자 대혼란에 빠진다. 이어진 자살, 가출, 이혼 등등.

304명의 희생자를 낸 6년 전의 세월호 사건. 승객들은 동요하지 말고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여섯 차례 내보내고 자신은 배에서 빠져나온 선장의 이기적인 거짓말.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인천 학원강사의 거짓말. 무슨 이유에서인지 확진 판정을 받은 자신의 신분을 무직으로 속이고, 이태원 클럽 방문도 털어놓지 않는 바람에 방역당국이 동선(動線)을 일일이 체크하느라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곧 밝혀질 이런 새빨간 거짓말은 지역감염의 진원지로 7차 감염까지 빠르게 확산됐고, 앞으로 어떻게 퍼져나갈지 걱정이 앞을 가린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조사결과(미국 대학 연구팀)가 있다. 7분마다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고 하거나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그래서 거짓말은 필요악이라는 말도 나온다.

새빨간 거짓말은 자신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남에게 엄청난 피해로 이어진다.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일곱 가지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거짓이 거짓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도(單刀)로 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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