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수(향교삼호학당 고문)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왔으되 봄같이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이 말은 중국의 전한시대 천하일색 왕소군이 쓴 원한의 시인데, 당시 화가 모연수의 속임수에 아무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흉노국 호안야에게 볼모로 끌려가 불운한 일생을 그 곳에서 쓸쓸히 보낸다.

봄이 되었는데도 마음은 아직 봄같이 않다. 춥고 배고픈 겨울을 견뎌온 사람이면 따뜻한 봄이 간절할 것이고, 억압과 부자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면 해방과 자유를 갈망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허기짐도 아니요, 외세의 억압도 아닌 코로나19로 격랑을 겪고 있어 도처에 화려한 봄꽃이 만발해 있음에도 마음은 봄같이 않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중요한 가를 미처 몰랐다.

이런 때일수록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고 지혜를 모아서 이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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