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훈 씨(화산면 부길리·25)

 
 

강원도서 아버지 고향으로
조사료·한우 복합영농 꿈꿔

강원도 정선에서 살다 명절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아버지가 계신 해남으로 내려왔던 학생이 자라서 해남에 터를 잡고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화산면 부길리의 박재훈(25) 씨는 지난 2017년에 해남으로 왔다. 강원도 정선에서 부모님과 살던 재훈 씨는 명절이면 아버지 박영우(53) 씨의 고향인 해남에 왔었다. 해남에는 할아버지인 박병욱(80) 씨가 계셔서 매년 명절이면 할아버지 농사일을 도왔었다.

재훈 씨는 "정선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었지만 꼭 사회복지사가 돼야만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시끄러운 도시보다 한적한 시골이 더 좋아 고등학교 졸업하면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니 그래도 대학은 가야하지 않겠나며 농대 진학을 권유하셨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여주에 있는 농업경영전문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졸업 후 얼마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계신 해남으로 향했다. 할아버지 곁에서 농사일을 도우면 되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에 다른 지역은 생각도 안 해보고 22살의 나이에 해남으로 내려왔다.

명절이면 해남에서 농사일을 돕고 농대도 나왔지만 현실은 쉽지만은 않았다. 할아버지의 농사일은 돕는 것이고 자신이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땅을 일부 사고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고사리, 미니 밤호박 등을 재배했다.

재훈 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는다"며 "지난해에는 고구마를 2000평 심었는데 처음해보는 고구마 농사가 망해서 손해만 입어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재훈 씨가 기른 농작물은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면서 나름 고객이 늘어가고 있지만 농사를 지을 땅을 구하긴 어려워 규모를 늘리긴 어렵다. 벼농사도 해보고 싶지만 논을 구하긴 더 어렵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은 꿈 많은 청년인 재훈 씨는 닭, 오리 등도 키워보고 참외, 수박 등도 키워봤다. 지난해에는 큰마음 먹고 축사를 지어 한우를 키우고 조사료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키우던 12마리의 소도 새로 지은 축사로 옮겨 지금은 30여 마리가 축사에 있다.

재훈 씨는 "대출을 받아 200마리를 키울 수 있는 축사를 지었다"며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욕심을 내서 하다 보니 크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작년까지는 빌린 돈의 크기가 실감이 안 났는데 올해 들어서는 어깨가 무거워 진다"며 "부지런히 해남에서 자리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일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선에 계신 부모님과 해남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기반을 다져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할아버지와 같이 농사일을 하고 함께 살면서 다투기도 많이 한다. 할아버지는 계속 일을 벌이는 손자가 탐탁지 않고 손자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할아버지에게 서운하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은 MBN과 SBS 등의 방송에도 나오는 등 할아버지와 손자의 농촌생활은 큰 관심을 받았다. 꿈 많은 청년의 시골생활을 유튜브 채널 '시골훈이'에 올리면서 2500여명의 구독자도 생겼다.

앞으로 아직 비어있는 축사를 가득 채우고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농부가 되는 게 목표다. 농부가 꿈이지만 해남에서 생활하면서 농부라는 말의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농사를 지어야 건강한 농산물을 만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재훈 씨는 "해남, 아니 농촌의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다"며 "나만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주변도 반짝이게 하는 그런 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농부의 중요성만큼 아이들이 농부가 되고 싶다고 바라는 농촌이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들을 도전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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