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해남읍 성내리)
지는 해 뜨는 달
밤하늘에 별을 낳고
저믄 달 솟는 해
산과 들에 바람 낳으니
가는 안개 오는 구름
온 천지에 비 뿌려
산천초목 얼굴 적시면
미끄런 송죽(松竹) 잎에
수정 빗물 흘러내리고
먼 산골짜기 오두막집
처마 끝 저녁 짙어 오면
밥 짓는 가마솥 아궁이에
회색 연기 곱게 피어나고
하얀 창호지 봉창문 사이로
노란 등불 새어 나올 때
가난한 오두막집 보리 밥상
깍두기 김치 외롭게 차려지고
우리 엄마 누룽지 긁는 소리
허기진 배 채우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