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을 매일 바라보고 살면서도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달마고도를 걸어보았다. 미황사에서 출발해서 평일이라 인적 없는 달마고도를 걸으면서 길을 닦은 이름 모를 손길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너덜바위 구간을 두 곳을 지나 2.5km 쯤 지날때는 황산마을에서 현산면소재지로 넘어가는 13번 국도가 멀리 보이다가 산속 길로 접어들면서 오르막 고갯길을 만난다. 주변풍경이 보이지 않는 산자락 고갯길을 오르자 확하고 바다와 완도대교 그리고 북평 서홍마을이 보이는 풍경이 들어온다.

현산 황산마을에서 읍호마을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북평 서홍마을까지 거리가 약15km 쯤 되는데 산속 길을 3백 미터 정도를 걸어가니 눈 앞에 펼쳐졌다.

산울림이 부른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라는 노래에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위에 뜬 기분이었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온 풍경을 맞이한 그 느낌이 "꼭 그렇진 않았지만 공간이동을 한 기분이었어" 랄까.

미황사에서 출발하여 시계 방향으로 77번 국도를 따라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길이 대략 50여km인데 달마고도를 일주하면 17.7km이다. 평지를 차를 타고가거나 걸을 때 보지 못하는 전후좌우 상하 전모를 조감도처럼 볼 수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눈앞 이해관계나 타인과 관계에 매달려서 살아가던 삶을 가치 중심, 한 차원 높은 삶으로 변화시켜 산다라는 것은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매일 마주치는 문제와 씨름하면서 나름대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사는 우리에게 삶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무시로 발목을 잡는 의존성 때문일 것이다.

이미 지나갔고 바꿀 수도 없는 과거사에 매달려 그때 그렇지만 않았더라면 하는 가정법은 현실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또한 내가 컨트롤 하기 어려운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매여 스스로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복지실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기결정권'이다. 갖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대방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해법을 지시나 강요하지 않고 이런 저런 방법이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선택권과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존감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길이다.

자신의 자존감이 한 때는 잘 나갔지만 꿈처럼 지나가 버린 과거, 자기 자신이 아닌 자녀나 주변의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든지, 현재 손에 쥔 돈·명예·권력에 기초해 있다면 다시한 번 삶을 되돌아 볼일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애써 쌓은 모래성이 파도에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오래가지도 견고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면 발 아래로 보이는 땅에 발딛고 아웅다웅 하면서 사는 삶을 되돌아 보게된다. 세상과 떨어져 자신의 존재, 고유성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눈앞에 펼쳐 보이는 세상 속의 티끌 같은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겸손함이 함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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