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전국 제일의 출생률을 자랑하는데도 해남의 인구는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다. 2019년 12월 인구가 7만354명으로 곧 7만명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30년 전인 1990년의 해남 인구는 13만4267명이었으니 한 세대 만에 절반 가까운 인구 감소를 보이고 있다.

출생률 감소가 트렌드가 된 요즘 인구 감소를 보이지 않는 지자체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농어촌 지자체는 특히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해남도 예외가 아니며 2049년에 해남인구가 0명이라는 인구 예측 통계도 있다.

이런 현상이 해남군의 활기를 앗아간다. 해남군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용역업체는 1차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와 대체 산업의 부재, 개발에 있어서 농촌지역의 상대적인 소외와 주요상권의 쇠퇴화를 해남군의 쇠퇴 원인으로 분류했다. 해남군의 쇠퇴 원인은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도 해남에서는 해먹고 살 것이 많지 않아 소득 증대를 꾀할 경제, 문화, 사회적 틀이 짜져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해남의 인구가 가장 급격하게 줄어든 시기는 1990년과 1995년 사이이다. 4만명 가까이가 감소한데다 10만이 되지 않는 인구수를 기록했다. 3만8000명은 현재 해남읍과 송지면 황산면과 삼산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합한 숫자이니 어마어마하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된 직후다. 농업에서 소득 창출을 통한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없었을까? 많은 농민이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갔다. 웃으며 함께 일했던 많은 농민들이 집을 두고 하나 둘 떠난 뒤 농촌은 그렇게 힘없이 나이만 먹어갔다. 빈 집과 노인만 가득한 쇠퇴한 곳으로. 농촌이 쇠퇴하니 읍의 중심 시가지도 덩달아 힘을 잃어 갔다.

작년 8월과 9월에는 태풍이 연속적으로 우리 지역을 강타하는 기상 이변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예년과 같은 가을걷이, 겨울걷이를 한 농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많은 농가는 지금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빨래를 개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근처 카페에 와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 밤호박과 벼와 보리와 배추를 재배하고 겨울에는 절임배추를 한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가운 마음에 급히 갔다. 표정과 말씨가 다른 때와 달리 우울해 보이고 다소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다 보니 그 집도 작년 농사가 폭망해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농업 외 소득이 있는 우리도 한차례 폭풍을 겪었는데 그런 소득이 없는 그네의 경제적 고충은 가히 짐작이 간다.

우리의 사회적 구조는 이런 고통이 개인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전국 최대 농군이니 농민이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은 해남 지역경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겨울의 어촌 벌이가 해남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데 물김의 생산량이 줄어 가동되지 않고 있는 김 공장이 많다는 소식은 더욱 안타깝다. 1990년에도 1995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해남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광에서 인심 난다는데 일찍 문을 닫거나 비어지는 상가가 늘어나면서 유난히 짙은 밤이 일찍 찾아와 걱정스럽다.

다행히 지금 해남은 주민자치, 도시재생, 경제적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평생학습도시라는 희망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 희망이 복되어 행복하고 살기 좋은 해남을 만들기 위해서 해남쇠퇴의 정확한 원인 파악과 커뮤니티 재생을 포함하여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과 의식을 가진 깨어있는 해남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