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해남읍 성내리)

 
 

친구야 너는 기억 하느냐
그렇게도 멀고 먼 학교 가는 길을
비좁고 미끄러운 논둑 길 지나
둠벙 모퉁이 어지럽게 돌고 돌며
고무신 손에 들고 하천 건너서
아침이슬 툴툴 털고 학교 가던 길을

친구야 너는 기억 하느냐
논둑길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에
양말 젖어 축축할까 봐 양말 벗어
호주머니에 넣고 걷다가 달리다가
등교 시간에 쫓겨 허둥대던 희망찬
어린 시절의 학교 가던 길을

친구야 너는 기억 하느냐
책보자기 어깨에 단단히 둘러매고
나락 심어진 십리 논둑 길 지나
숨 가쁘게 달리던 그때 순수한
동심의 어린 시절을 지금도
친구야 너는 기억 하느냐
친구 너와 나 두메산골에 태어나
눈물겹도록 시골 가난에 쪼들려
그 시절 그렇게도 배고프고
갖고 싶고 받고 싶은 선물 많았는지
선량한 마음의 어린 욕심을 지금도

친구야 너는 기억 하느냐
비 오는 날 비료 비닐포대 쪼개어
머리에 둘러쓰고 학교 가던 길
집에 오던 길 배고픔 참지 못하고
길옆 고구마밭 뒤집다가 주인에게
혼쭐났던 순진한 우리들의 그 시절을

친구야 너는 지금도 기억 하느냐
그리도 많은 어려움과 갖은 고난을
오직 배움이란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논둑 길 달리던 그 모습 그 마음
친구야 너는 지금도 기억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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