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의 먹이 오동나무.
▲ 봉황의 먹이 오동나무.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아파트 베란다 오동나무에 물이 오른다. 시골집 오동나무 아래에서 씨앗을 틔워 오동나무 화분을 키운 지도 5년이 다되어 간다. 현삼과의 오동나무 학명은 Paulownia coreana이다. 5~6월 연한 자주색의 꽃이 피고 동그란 열매가 10월에 열린다. 같은 과에 개오동, 벽오동, 참오동 등이 있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가구를 짜서 보냈다는 옛이야기는 속성수인데다 가구 재료로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오동나무는 광철네 과수원에 몇 그루 자생했다. 묘목을 캐와 유자과수원 옆에 심은 후 둘째 해부터 쑥쑥 커 지금은 나보다 5배는 크다. 어릴 때부터 목공예를 좋아해 키만 한 낫으로 왕대를 깎아 빰뿌리(곰방대), 낚싯대, 팔랑개비(바람개비), 활, 장난감칼, 새장, 팽총, 연 등을 만들었다.

목공예 취미도 중학생이 되면서 좀 더 고상해진다. 광철네 오동나무를 베어다 일정 크기로 잘라 납작하게 쪼갠 후 편평하게 다듬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지금도 버리지 않고 연장통에 보관하고 있는 피노키오 조각칼로 오동나무를 파면 그 느낌이 얼마나 부드럽던지….

오동나무는 갈라지지 않고 목질이 연해 조각하는 느낌이 정말 좋다. 소나무는 결이 심해 한 방향으로 칼질을 할 수 없지만 오동나무는 심지어 세로방향으로도 칼질이 쏙쏙 스몄다.

부모님이 공부는 않고 '빼무락질(쓸데없는 일)' 한다고 야단쳐서 밤에 몰래 작업했다. 조각이 끝나고 포스터물감으로 색칠을 했다. 새벽이 되어 외양간이 붙은 방벽을 소가 뿔로 긁기 시작 할 때쯤에 마무리하고 잠을 잤다.

수저도 만들고 작은 열쇠고리도 많이 만들었다. 친구들 생일 선물로도 주고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수줍어하며 선물했다. 아직도 내 손에는 벤 상처가 10개나 남아 있다.

그때 만든 오동나무 열쇠고리는 누구에게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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