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五福)은 수·부·강녕·유호덕·고종명을 말한다. 고종명(考終命)은 사람이 천수를 다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자기 집에서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죽음, 잠자듯 고통없이 죽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약 83세고, 그 중에서 자립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73세다. 결국 죽기 전 10년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되고 마지막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맞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항생제·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비위관 삽입을 통한 영양 공급 등 의료행위를 통해 수명은 연장되었지만 삶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의식불명 상태에서 '콧줄'이라 불리는 비위관 삽입을 통해 영양과 수분을 섭취하는 연명치료는 욕창 예방, 대소변 기저귀 관리를 통해 장기간 생명을 이어간다.

연명치료에 대해 '생명 존엄과 생명은 신의 영역' 이라는 주장과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라는 시각이 충돌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윤리적·법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2008년에 교통사고로 11년간 식물인간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던 42세 남성의 연명치료를 계속할 것을 주장하는 가톨릭신자 부모 측과 사고 전 인공적으로 삶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드러냈기에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는 부인·형제자매 측의 치열한 법적 다툼에서 법원이 부인 측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연명치료 중단 후 9일만인 지난 7월 삶을 마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대법원이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 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세브란스 병원에서 김 모 할머니가 연명치료 중단 후 201일간을 더 생존했던 경우가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사망한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노인들 대상 조사자료에 의하면 절반 이상은 자기 집에서 죽음을 맞기를 희망하고, 병원에서 죽음을 맞기를 원하는 비율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했다. 의향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주된 이유는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시스템이 준비되지 못한 점과 자녀나 가족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는 부모들의 심리적 특성상 자기의견 보다는 주변 사람들 결정에 떠밀리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을 주체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호스피스' 제도이다. 환자의 통증과 증상 완화를 통해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임종 과정에서 고통이 덜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혜택은 도시나 대형병원 중심으로 일부만이 누릴 수 있다. 농어촌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개개인이 예기치 못한 죽음에 대비하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거나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을 유언이나 서면으로 작성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해 공기마저도 익숙한 집, 지역사회에서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는 곧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에 충실하라)' 경구처럼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 일상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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