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독재에 저항했던 행동하는 신학자 디이트리히 본회퍼 목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78년 광주YMCA 대학생성경공부모임에서였다.

"만일 어떤 미친 운전수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도 위로 차를 몰아 질주한다면 목사인 나는 희생자들의 장례나 치러주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만 하는 것이 유일한 임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운전수로부터 핸들을 빼앗아야 할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유신독재가 단말마적 발악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기독청년들이 본받아야 할 행동규범으로 배우고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빤스목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본회퍼 목사를 끌어들였다. 다음 몇가지 이유에서 그는 정말 본회퍼의 신학과 삶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통찰하기는 한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첫째, 본회퍼는 신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해이해 있으면서도 교회에서 무한정 쏟아내는 용서와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값싼 은혜'를 비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치러야 하는 '값비싼 은혜'와 '제자됨'을 강조했다. 값싼 은혜를 입은 자들은 죄인이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의롭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의 주장이나 평소 언행은 죄를 의롭다고 강변하는 꼴로 그리스도교인 뿐만 아니라 교회 밖 일반인들에게 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그리스도와 교회를 세상에 욕보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본회퍼는 정신과의사이자 대학교수였던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가 되길 바랐으나 그는 신학을 전공하고 목사가 되기를 자원했다. 본회퍼의 형이 교회처럼 별 볼일 없고 브르조아적인 기관에 평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하자 "형이 말하는 것이 진짜라면, 내가 그것을 개혁 해야한다"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본회퍼는 하나님 나라와 사회정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값비싼 은혜'인 '제자의 도'를 실천하는데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쳤다. 그는 미국에서 고난을 피할 방편이 있었음에도 독일국민과 독일역사가 처한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내야 된다며 독일로 돌아와 반나치 저항운동에 가담해 히틀러 암살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관련문서가 발각되면서 수감되었다가 교수형에 처해졌다.

셋째, 본회퍼는 평화주의자 이며 비폭력저항운동주의자인 그가 히틀러 암살모의에 가담한 것은 앞에서 인용한 그의 말처럼 그리스도와 그를 따르는 제자라면 오늘날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었다. 본회퍼에게 그리스도는 어려울 때나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해결사가 아니라 초월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삶 속에 항상 계시는 분이었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는 본회퍼와 같은 제자의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행태는 교회와 신앙인이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제자로서 사명을 자각하지 못하고 '세속사회'에 영합해서 살아갈 때 어떻게 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진짜 '본회퍼'가 아니라 그가 자기 입으로 이름을 잘못 말했듯이 '존회퍼'라는 사이비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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