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올해는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시행한 지 30주년이 된다. 일부 대형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만 적용되던 의료보험을 실시한 지 12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장을 실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국제사회에서도 본받아야 할 롤 모델로 평가받으며 다른 나라의 의료개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0%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인 75%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방법은 평소에 부담하는 보험료는 줄이고 병원에 갈 때 많이 낼 것인가 아니면 평소에 보험료는 좀 더 부담하고 병원에 갈 때 적게 낼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와 직결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후자의 입장이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즉 진료비 걱정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우리가 병원 진료를 받는 데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대가로 지불하던 대표적 비급여 항목인 선택 진료비가 폐지되었고, MRI나 초음파 등 값 비싼 검사 비용도 대폭 낮아졌다. 작년부터 종합병원급 이상 2·3인실에 대하여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더니 올 하반기부터는 병원급 2·3인실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의료비 지출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인 부담 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시행하여 병원비의 일부를 돌려주고 있는데 해가 지날수록 지원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현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인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를 급여화함으로써 비급여 진료비 증가를 막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 범위가 많아질수록 건강보험 밖의 비급여 진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의료비로 지출되는 비용은 그만큼 적어지게 된다.

물론 건강보험 제도가 비교적 안정화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급여 항목의 확대로 인하여 지출되는 보험 재정이 늘어나는 만큼 재정의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 계획을 수립하면서 정부는 20조원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중 장기적으로 약 절반 가량만 사용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어 부담을 줄였다. 또한 적정 범위 내에서의 보험료 인상과 2022년까지 합리적인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마련 등의 안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건전한 재정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정부 지원금 규모를 명확히 규정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수반된다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재정은 탄탄함을 유지하면서도 건강 서비스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 1위 고령화 속도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의료비 급증에는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재정의 건전성과 보장성 강화는 역대 정부마다 국정과제로 삼았을 정도로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적정한 지원책은 꾸준히 제시될 것이다. 30세라는 나이는 경제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자립하여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이립(而立)이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도 시행 30주년을 맞아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보험 하나로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굳건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는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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