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팍팍하고, 인간 기본권리가 침해받던 시절에 해남 지역 '희망둥이'로 축복 속에서 태어난 네가 벌써 29살이 되었구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지. 사람들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바라는 게 없다면 기대도 하지 않는거야.

그동안 크고 작은 병치레도 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렇게 29년 동안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해 주어서 고마워.

지금 너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여기까지 꿋꿋하게 와준 자신에 대한 존중과, 힘써온 과정과 노력에 대한 치하가 무엇보다도 필요하지. 그렇기 위해서는 돈, 명예, 권력과 같은 외적 조건에 근거한 자존감이 아닌 자신만의 통통 튀는 매력과 자아상(自我像)이라는 내적조건에 근거한 자존감이 있어야 해. '자아상'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지. 여기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척도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역사와 전통, 그리고 독자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나 신뢰 같은 게 더 중요하지.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 자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외적조건에 함몰되어 자기를 비하하고 무시하면서 심리적 고통을 받거나 자기파괴적 행동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지. 너는 네가 매주 새롭게 단장해 내보이는 모습에 대한 독자들의 긍정적·부정적 평가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관심에 일희일비 하기도 하지.

그래서 마음의 근육, 즉 자존감을 키워야 돼. 자존감이란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으로 구성되지. 자신감은 악조건 속에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자기효능감은 자기 자신은 쓸모있는 존재이고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거야.

나이 30이면 이립(而立)이라고 했는데, 요즘 세상살이에서 올바르게 홀로서기가 쉽지 않아. 때로는 사는 게 뭔지 하는 생각도 들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이 힘들 때도 있겠지. 그렇지만 인생에는 터닝포인트가 있어. 너의 삶에 '서른즈음' 이 그때 일거야. 사회가 변하고 언론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거야. 이것을 잘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자신의 괜찮은 면, 부정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 자신의 나은 면이나 괜찮은 면은 살려나가고 부족한 면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나가면 되는거야.

둘째,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지. 그렇기에 무언가 부족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셋째, 살아가면서 자신과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면서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이 필요해. 넌 잘할 거라 믿어.

너의 29살 생일을 축하하며 건투를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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