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선 (건국대 교수, 서울시 공공급식위원회 위원장)

 
 

요즘 전국의 여러 곳에서 지역의 농업과 먹거리를 선순환의 체계로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해남군이 선정되었던 농림축산식품부의 푸드플랜 구축지원 사업에 올해는 무려 전국의 31개 지자체가 지원할 정도로 푸드플랜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해남군은 올해에는 푸드플랜과 연계한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선정된 만큼 로컬푸드 활성화를 열망해 온 해남군민의 바람을 구체화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푸드플랜이란 생산-유통-가공-소비(먹거리접근권)-재활용(폐기)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협치를 통하여 '선순환의 체계'로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푸드플랜은 그동안 농정에서 소외되었던 중소농가와 여성 농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역의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에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고, 나아가서 생산기반이 없는 대도시의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에도 산지의 지자체가 책임성을 가지고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최대 농군(農郡)인 해남군에 무슨 로컬푸드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정부의 지원까지 가세한 상황에서는 로컬푸드를 매개로 농민 중심의 가공, 지역의 학교급식, 먹거리 복지의 확대 등을 위해서 어떻게 지역의 자원들을 잘 엮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 출발은 협치의 근간을 제대로 만드는 일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중간지원조직의 구축이 그것이다.

우선 협치는 민-관, 관-관, 민-민 등 다양한 층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의 농업과 먹거리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먹거리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에는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위원회의 구성은 일방적 임명이 아닌, 공모와 단체 추천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부서 간 칸막이가 두텁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먹거리정책의 통합적 추진을 위해서는 농업 생산이나 유통과 관련된 부서뿐만 아니라 가공, 복지, 교육 관련 부서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회는 제도화나 예산 등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정책을 집행할 중간지원조직을 탄탄하게 출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푸드플랜의 핵심사업에서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직매장, 가공지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서의 푸드통합지원센터는 공공성이 담보되는 조직형태이어야 한다. 학교급식센터 등을 농협 등에 위탁했던 지자체들이 직영 또는 재단법인을 통한 위탁체계로 전환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새롭게 푸드플랜을 고민하는 지역이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푸드통합지원센터는 단순한 물적 유통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먹거리의 기획생산과 농가조직화 등에서부터 조달까지를 포괄하는 먹거리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기에 공공성이 강화된 재단법인이 푸드플랜 초기에는 가장 적합한 법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해남군은 농식품부의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선정과 패키지 사업 선정이라는 두 가지의 지원을 받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지자체 중의 하나다. 이런 이유로 해남군은 푸드플랜사업을 통해서 또 하나의 희망을 발신해야 할 책무가 주워졌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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