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시골이라지만 병원규모의 위용은 놀라웠다. 규모에 신뢰가 갔다. 입원 전에 미리 병실 형편을 체크하러 병원을 방문한다. 접수창구에선 해당과로 가서 알아보라, 해당과는 원무과에 가서 알아보라, 원무과로 가니 해당병동으로 가보란다.(병실 잠깐 보자는데…. 튕겨지는 탁구공 기분이다.)

출입증을 목에 걸고 2인실과 5인실 병실의 사정을 체크하는 나에게 해당 병동 간호사는 누군데 병실을 기웃 거리냐고 도끼눈을 보낸다. 난 출입증을 보이며 전후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설명을 다들은 간호사는 그걸 첨부터 간호사실에 아야기를 하지 왜 그냥 기웃 대냐고 힐난한다.(내가 절차를 빼먹었으니 꾸중은 받아야죠.) 근데 간호사실에 정식으로 다시 이야기하란다. 해당 병동 간호사인 본인이 바로 눈앞에서 다 들었으면서, 복도에서 몇 발짝 같이 걸은 이곳이 이미 간호사실인데….(이건 굴욕적인 뺑뺑이를 다시 돌리는 거다. 열 받아도 참아야지.)

차를 빼려는데 주차칸이 너무나 비좁다. 옆 차를 엉덩이로 닦으며 두 차 사이에 낑긴다. 짐을 빼려는데 뒤쪽은 넝쿨장미 가시가 가로막아 트렁크문을 열수가 없다. 반대쪽으로 돌아가기도, 돌아간대도 쉽지 않다. 옆자리 트럭주차가 미웠지만 내보기에도 주차면이 너무 좁다.

입원을 마치고 보니 병실에 화장지가 없다. 화장지는 안주는 거고 환자들이 준비해야하는 거란다. 개인용 티슈가 아니라 변기 옆에 걸릴 두루마리 화장지를?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서림공원 화장실에도 제공되는 화장지를? 옆자리 할머니 환자는 화장지 사러 매점 가야 한다고 나한테 자기 좀 침상에서 내려 달래신다.

환자 저녁식사용 국물을 데우려 취사실에 간다. 인덕션이 켜지지 않는다. 구석을 뒤져보니 아예 인덕션 렌지 전선을 툭 잘라버렸다. 화재위험 방지 때문이란다. 인덕션은 포기하고 그럼 전자렌지는? 1층 매점에 있는 거 사용하란다, 500병상의 보호자가 매 식사 때마다 전자렌지 두 개 있는 매점으로 냄비 들고 뛰는 꼴, 머릿속을 스친다.

어렵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국물 그릇을 씻으러 간 환자용 취사실은 주방 아줌마가 독차지해서 병동 전체의 설거지를 거기서 하고 있다. 환자는 수도꼭지도 씽크대도 접근할 수 없다. 외국인아줌마라서 말도 안통하니 물어볼 수도 항의할 수도 없다. 그릇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수 밖에. 으~ 밥그릇을 화장실에서 씻어야 해. 취사실은 뭐하러 만들었나. 이 병원 왜 이러시나?

노인 환자가 많아서. 아무도 불만을 제기 하지 않아서.

해남 인구의 노인 비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남에서의 복지는 노인복지가 중심이어야 한다고 할 때, 행정기관만이 노인복지를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니다. 노인을 주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면 그만한 준비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간호사들의 불친절은 과중한 업무에서 올 것이다. 500병상에 필요간호사는 몇 명이 기준일까? 업무를 줄이려면 인원을 늘려야 할 텐데 경영진은 어렵다 할 거고, 간호사들은 노조라도 만들어서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꾀해야 할 건데, 모든 게 경비절감 차원으로만 진행되고, 피곤한 간호사들은 못 본체 편하자고만 한다면 환자만 고생이 된다. 병원이란 환자치료를 위한 곳 아니었나? 내 참.

역시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