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또하나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 베트남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코쿤껀터가 운영하고 있는 한-베 함께 돌봄센터가 예비 이주여성과 귀환 여성, 한-베 자녀들의 희망과 미래가 되고 있다.
▲ 베트남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코쿤껀터가 운영하고 있는 한-베 함께 돌봄센터가 예비 이주여성과 귀환 여성, 한-베 자녀들의 희망과 미래가 되고 있다.
▲ 김이연심 대표, 활동가 땀 씨, 활동가 한 씨, 해남으로 시집 온 후인튀린 씨. <왼쪽부터 시계 방향>
▲ 김이연심 대표, 활동가 땀 씨, 활동가 한 씨, 해남으로 시집 온 후인튀린 씨. <왼쪽부터 시계 방향>

| 싣는순서 |

1. 해남의 정, 지역사회의 힘 땅끝에서 땅끝으로
2. 6년 만에 손잡고 불러보는 어머니, 아버지 - 다문화가족 친정방문 동행기
3. 우리가 몰랐던 일, 이제는 알아야 할 일 - '한-베 함께 돌봄센터'를 가다
4. 다문화가족도 우리 '가족'이고, '희망'이며 '미래'입니다

"여러분들은 소중한 사람이에요, 부모님의 사랑스러운 딸이구요"

베트남 껀터에 있는 한-베 함께 돌봄센터에서 지난 11월 21일 결혼이민예정자 현지사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료식이 열렸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혼인이 확정돼 결혼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베트남 여성 31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지난 이틀 동안 16시간에 걸쳐 간단한 한국어와 남편 주소 알기, 한국의 주거, 음식, 교통, 화폐 그리고 한복 입어보기와 한국 노래에 맞춰 춤 배우기 등을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유엔인권정책센터 껀터 사무소 이른바 코쿤 껀터의 김이연심 대표는 "낯선 한국에서 말이 안 통하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다누리콜센터로 전화를 하거나 다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으세요"라며 당부의 말을 이어갔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해남에서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후인튀린(23) 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후인튀린 씨는 "해남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4살 위 친언니 소개로 현재의 남편을 만나 저도 해남으로 시집을 가게 됐어요. 언니처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20일 해남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코쿤껀터는 (사)유엔인권정책센터가 2011년 베트남 결혼이민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결혼이민예정자의 안전한 이주와 한국 내 조기정착을 위한 현지사전교육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6년부터는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온 귀환여성들과 자녀들의 법률적, 행정적, 경제적 어려움을 돕는 일에 나서고 있고 지난 1월에는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한-베 함께 돌봄 센터를 개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들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 같은 무료공부방도 마련되면서 한-베 자녀는 물론 지역에 베트남 자녀들도 이 곳에서 한데 어우러져 교육을 받고 있고 한국이나 베트남 현지에서 대학생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도서관에는 여러 곳에서 책들을 기증하며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면 베트남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 코쿤껀터며 그 시설이 한-베 함께 돌봄센터인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또다른 이면
귀환여성과 그 자녀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말 기준으로 한국 배우자와 베트남 여성간 국제결혼은 전체 국제결혼의 25%인 8만7000여건으로 나타났다.

또 이혼건수는 이가운데 19%인 1만6000여건에 달해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5명 중 한 명 꼴로 가족해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녀를 둔 상태에서 이혼한 경우는 전체 이혼건수의 19%인 3183건에 달한다.

다문화가정에서도 우리사회와 마찬가지로 이혼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한번 더 고민해야 할 문제가 바로 귀환여성과 그 자녀 문제이다.

사별이나 이혼 등 문제로 한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돌아온 귀환여성들은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이혼도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경제적 문제로 생활고에 빠지게 되고 특히 자녀들의 경우 한국국적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베트남으로 돌아와도 외국인 신분이어서 교육이나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코쿤껀터가 지난 2016년부터 1년여동안 껀터와 하우장 지역 귀환여성 301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귀환여성 가운데 30%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 등의 문제로 여전히 혼인상태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9%가 귀환한 뒤에도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고 절반 가량은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이유로 고향을 다시 떠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머니를 따라 귀환한 자녀들 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75%는 엄마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떠남에 따라 외조부모 등 친정에 맡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81%는 여전히 한국 국적이며 이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권이나 비자 만료로 불법체류 상태여서 베트남 정부가 제공하는 정규 교육과정이나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한 3개월마다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데 엄마와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제 때 연장을 해주지 못하고 비자 연장 비용도 1자녀에 10달러 정도로 어려운 경제형편상 만만치 않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한-베 다문화가정의 해체가 부부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당사자의 경제적 문제와 인권침해는 물론 이른바 조국이 없는 아이들을 만들어내며 자녀들의 양육문제와 기본권 침해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베 함께 돌봄센터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지원방안을 찾아 무료 법률상담소와 무료 한글 교실, 취업훈련, 한-베 자녀를 위한 학비, 의료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외국국적 자녀의 경우 청강생으로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2016년 인민위원회 지침으로 학교 기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졸업생 신분으로 중학교 진학이 가능해졌다. 또 의료혜택도 일정부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시골이나 외지 지역에는 이같은 지침을 잘 몰라 상당수 한-베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비자 연장과 경제적 어려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정부에서 최근 관심을 갖고 제도적 지원 방안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어려움에 처한 귀환 여성들, 그리고 한국국적의 자녀들. 어찌보면 우리가 초래한 문제이고 다문화가정의 또다른 단면이다. 최소한 이혼과 관련한 절차나 자녀들의 비자 연장,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코쿤껀터의 김이연심 대표는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문제제기와 지원방안이 논의돼 왔다면 이제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에서 만난 그들
희망 그리고 우리는

실제 코쿤껀터를 통해 귀환 여성과 한-베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모두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현재는 한-베 함께 돌봄센터와 인연을 맺고 있다.

보티유엔땀 씨(30)는 3년 전 결혼을 했지만 한국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채 현재까지도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중개업체를 통해 남편을 만나 혼인신고까지 했지만 한국에 가기 전 3개월동안 베트남에서 한국어교육을 받는 동안 남편과 연락이 끊겼다. 이후 이혼절차에 들어갔지만 남편 주소도 연락처도 모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고 국제우편으로 필요한 서류를 주고 받다 보니 베트남에서 이혼이 마무리되기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완전히 법적으로 혼인관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다시 한국에서 이혼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도움을 받다가 인연이 되어 현재는 센터에서 사서 겸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땀 씨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요, 꿈이 선생님였는데 여기서 꿈을 찾은 것 같아요"

누엔티김한 씨(29)는 10년 전에 결혼을 해서 남편과 살다가 성격 때문에 같이 살지 못하고 지난 2015년 자녀들(딸 2명)과 함께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현재 이혼절차도 진행하지 않은채 흔히 말하는 별거 상태다. 아는 언니를 통해서 센터를 알게 됐고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있도록 도움도 받았는데 이같은 인연으로 현재 센터에서 현지 사전교육 활동가로 새 삶을 살고 있다. 한 씨는 "수업할 때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많이 얘기해주는데 곧 한국으로 가게 되는 예비 이주여성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할 때 행복해요, 가끔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해요"

강지수(8) 군은 아빠와 사별을 하고 올 5월 엄마와 함께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한국어만 가능하다보니 현재 한-베 함께 돌봄센터에서 공부방과 한국어교실에 참여하며 내년 1월부터 베트남 학교에 다닐 예정이다.

윤이나(10) 양은 엄마가 귀환을 하며 2년 전부터 베트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 때문에 엄마가 다시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며 현재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한-베 함께 돌봄센터에서 공부방과 한국어교실에 참여중이고 현재 베트남 학교에 다니고 있다 윤이나 양은 "친구들하고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같이 해서 좋아요, 가족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현재 코쿤껀터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 12명 가운데 한국인이 4명, 베트남인이 8명이고 이가운데 4명은 귀환 여성이다. 귀환여성들이 예비 이주여성들은 물론 어려움에 빠진 귀환여성과 자녀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베트남 귀환여성과 한-베 자녀들. 그리고 코쿤껀터와 한-베 함께 돌봄센터. 현재 우리 이웃으로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랑과 관심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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