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의 학명은 '참나무과'의 Castanea crenata로 낙엽활엽교목이다. 일반 참나무속들과 다른 점은 잎이 상수리보다 쭈삣하고(피침형) 어린가지 일수록 푸른빛이 나면서 맨들맨들하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암꽃 1~2개가 위에 수꽃 여러 송이가 아래에 핀다. 강한 놈만 씨를 뿌리라는 얘기다.

밤나무는 알싸한 꽃냄새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6월 초여름에 온 천지를 덮은 밤꽃 냄새로 많은 여인네들이 힘들어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야릇하게 웃던 중학교 농업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밤 생산 2위로 생산량의 약 7%를 차지한다. 깎은 밤은 한반도의 모든 지역에서 제사나 차례상에 반드시 올린다. 그 이유는 다른 식물의 씨앗들과 달리 밤은 땅속에 들어갔던 최초의 씨밤에서 싹이 나와 나무가 커져도 썩지 않고 생밤인 채로 달려있어 '조상의 뿌리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밤을 제사상에 올렸다고 한다.

"커다란 꿀밤 나무 밑에서 그대하고 나하고 정다웁게 얘기합시다. 커다란 꿀밤 나무 밑에서…"

초등학교 입학한 날 가장 처음 공교육으로 배운 노래다. 커다란 꿀밤이 나는 당연히 밤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참나무속의 열매 '도토리'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 앞집 새밖에 어린애 두 명이 팔을 두를 정도로 큰 밤나무가 있었다. 온통 벌레 먹고 중심부(심재)는 썩고 가지도 거의 없는 죽어가는 나무였다. 이런 나무들은 열매를 달기에 힘이 들었던지 엄지손톱만한 이상한 열매만 달렸다.

집 뒷산 밤나무에는 크지 않는 밤이 열렸는데 우리는 '쥐밤'이라 불렀다. 쥐밤을 딸 때 긴 간짓대(대나무)로 치면 밤이 우수수 떨어졌다. 한바가지를 주워와 가마솥에 찌면 포글포글한 맛이 정말 좋았다. 가끔 벌레가 나오기도 하지만 군것질거리가 없었던 시절 정말 좋은 간식거리였다.

진달래가 온산을 불들이고 산벚이 핀 다음 아까시 하얀꽃이 온산을 덮는다. 아까시 잎이 질 때쯤 옅은 갈색의 상수리꽃이 피고 이어서 연노란 밤꽃이 핀다. 여름은 그렇게 우리들 가까이 성큼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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