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정 군의원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귀를 열고, 눈을 열고, 가슴을 열고, 선입견 없이 있는 대로 보고 듣고 배워보자. 그래서 우리군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나 사업을 하나라도 건져보자'는 마음으로 일본으로 향했다.

이번 해외연수의 목적은 노인·복지·교통·환경·농수산에 대해 선진지의 정책을 알아보고, 우리군에 접목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5일 동안 7개소의 기관을 방문하여 설명을 듣고, 질의하는 형식으로 연수가 이뤄졌다.

귀국하는 마지막 날 오후 3시까지도 스이타시 사회복지국을 방문해 진지한 질의응답이 계속됐다. 비행기 출발시간에 늦을까봐 조금은 긴장하기도 했다.

도쿄도 신청사의 전망대에서 거대한 도시 도쿄를 보는 것보다 50층에 가까운 거대한 청사를 보며 서울시청을 상상했다. 건축물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 공간에서 일하고, 일의 양이 많다는 것이며, 정부의 역할이 많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 1청사와 2청사를 잇는 인도교 아래 노숙자의 모습을 보고, 경제와 복지가 발달한 나라도 빈부격차에 따라 소외받는 사람은 있으며, 아직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바시에서는 도시계획과 교통정책, 복지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구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구가 감소추세로 고령화되어가고 있다는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해 인구밀도가 높은 시가화구역은 상업과 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은 시가화조정구역으로 정해 자연상태를 보존하면서 농업 등 1차산업에 종사하며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이 거의 거주하지 않는 곳은 자연조성지역으로 지정해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교통정책은 대중교통의 노선별 1일 이용자, 시간별 이용자와 도심으로 들어오는 출퇴근 시간대의 자동차 대수 등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 가고 있었으며, 노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도 철저한 통계를 기초로 하고 있었다. 연령별, 등급별, 분석과 장애자 추세에 대해 세밀한 통계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병원, 생활편의시설, 보도, 교통시설 등의 동선을 만들어 장애인과 노령자가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마땅히 배워야 할 것들이리라.

오사카에 있는 'Big Bang'이라는 아동박물관 방문은 충격이었다. 5층 건물에 우주비행선을 연상하게 한 건물 외관과 내부는 은하철도 999를 제작한 마츠모토 레이지 감독이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했을 때, 자신의 행성에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린이들의 꿈이라는 주제로 설계하고 검수한 건축이란다.

내부시설은 어린이들의 체험과 볼 것들로 차 있다. 계단을 이용한 미끄럼통, 그림자에 따라 움직이는 나비와 물고기, 평범한 게임 기구, 1900년대의 상점, 악어와 공룡형태의 놀이시설, 어른들도 즐기는 놀이기구 등. 그런데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놀이시설, 체험시설이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아동복지시설이라니,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회성을 키우는 것을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발상이 충격적이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복지다. 하나의 시설이나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체험관을 겸한 놀이시설을 교육이나 여가생활이 아닌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그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의 관공서나 관광지, 식당 어디를 가든 사람이 모일만한 곳에는 모두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각각의 장소에 맞는 상품들. 전망대에는 공산품이, 관공서는 공산품과 가공식품 등. 일본 전부가 상품을 팔기위한 진열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상품의 질이나 쓸모에 대한 것보다 포장의 다양함에 눈이 더 쏠렸다. 손톱만큼 만한 겨자 포장을 한참 만지작거리며 우리도 이 정도는 보편화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 갈 때 보는 것과 연수 갈 때의 보는 눈이 달랐다. 마음을 비우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묻고 들었다. 동료의원들의 열정과 연수에 임하는 자세 하나하나가 의정활동에 임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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