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산이면 향우)

 
 

해남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고구마 한 자루 보내왔다
유년의 만만하기만 했던 그 요깃감,
반가워서 흙 묻은 손을 덥석 잡는다
밭고랑에서 올망졸망 딸려 나오던
피붙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겨울 내내 그리움의 허기를 채우다,
남은 것 몇 개가 주방 옆 구석지에서
쭈굴탱이가 된 몸으로 싹을 틔우려고
몸살을 한다
쟁반위에 올려놓고 며칠을 기다리자
보란 듯이 줄기와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
창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본다
어머니도 말년에는 아파트에 사시면서
해질 무렵이면
남쪽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던 모습이
강물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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