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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서황은희(주부)
해남신문  |  kssjm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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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1  19: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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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동반한 연이은 태풍으로 파종이며 정식이 늦어졌다. 배추는 가까스로 최종 정식 시기를 넘기지는 않았지만 예년에 비하면 다소 늦게 끝마쳤다. 그 후, 단손 농부인 남편은 동네 꼴찌로 마늘 파종을 했다. 밭농사 파종이 끝나 가면 노랗게 물든 나락이 기다린다. 콤바인이 없는 남편도 차례를 기다린다. 늦가을 비바람이 나락을 누이지 않기를 바라며.

여태까지 날이 좋더니만 하필이면 받아 놓은 날에 비를 예보한다며 속상해한 남편은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일찍 내려갔다. 점심밥상을 위해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부랴부랴 뒤쫓아 갔다. 해남읍 A 아파트 한 채보다 훨씬 비싼 1억2000만원이 넘는 콤바인이 멀리 보이니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콤바인 운전자들과 남편이 승강장 근처 정자에 앉아 있다. 잠깐 내린 비 때문에 나락이 축축해서 바람 불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가지튀김에 고추냉이 장을 곁들여 내갔다. 얘기를 하며 나눠 마시는 소주가 두 병이 넘어가도 갤 줄 모르는 날씨에 덩달아 마음이 조급한데 그들은 철수를 결정했다. 흐린 날씨 탓에 딱히 할 일이 없어진 그네들은 농산물 재해보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는 숱하게 건강에 관련된 보험을 권유받거나 가입한다. 자동차 책임보험은 의무 가입이어서 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 보험은 재해나 각종 사고가 일어나면 생기는 경제적 손실에 대비하여 드는 것이어서 먹고 살기 팍팍한 사람들이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의 경우가 딱 그러하다. 그리고 농작물 재해보험도 여느 건강보험 못지않은 명확한 보상 산출기준을 담고 있는 약관이 있지만 그게 실정과 맞는지는 다시 살펴볼 일이다. 올해는 특히 벼농사가 보기와는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 같아 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논을 탈곡했더니 수확량이 확연히 떨어졌다. 그러나 신청도 하지 않았거나 손해율이 너무 낮게 책정 되어 보험이 무색하단다. 또한 도정율과 나락 등급 등에 대한 고려도 없다며 한숨 쉰다. 그네들의 말은 갈피가 안 잡혔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2016년 5월 6일자 헤럴드 경제에 의하면 그 당시 밥 한 그릇 값을 계산해보니 2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했는데 쌀값에 대한 가장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올해 9월, 5000여 농민은 여의도에서 그 값을 300원으로 인상해주라 요구했다. 웬만한 자판기 커피 값도 300원이거나 그 이상이다. 카페에서 주문해 들고 나온 아메리카노는 밥 10그릇 값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도 물가 인상의 주범처럼 도마에 오르는 것은 농산물이라는 푸념을 빠뜨리지 않는다.

콤바인에 장착된 저장고는 탈곡된 나락이 차면 소리를 내어 알려준다. 보통 6마지기짜리 논을 두 바퀴 반이나 세 바퀴 돌아 경보음이 울리면 평년작 수준이란다. 그런데 올해는 네 바퀴를 돌아도 차지 않는 논이 많을 만큼 수확량이 확 떨어져서 시중 나락 값이 예년보다 높단다. 값이 오르면 농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라며 소작농은 실질적으로 소득이 감소한다며 한숨 쉰다. 나락값이 높으면 농민들에게 변동형 직불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실제로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졌는데도 예년에 경작자에게 지불되던 변동형 직불금이 곡수니 소작료니 하는 형태로 땅주인에게 가게 된다며 한숨 쉰다.

우리 농촌은 이미 지주와 소작농으로 나뉘었으며 실질적인 경작자는 대부분 소작농이다. 이제 자작농 기준으로 만들어진 농업 정책은 현실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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