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과 돌가시나무(Rosa wichuraiana)는 찔레나무(Rosa multiflora)와 같은 종으로 염해에 강해 남해안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포복성 덩굴식물이다. 잎이 반들반들하다고 '반들가시나무'라고도 한다.

줄기는 1~3m로 길게 뻗고 찔레보다 가시가 많고 꼬부라졌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1~5개씩 백색으로 피고 매운 향기가 난다. 원형의 열매가 8~9월경에 빨갛게 익는다. 열매 끝에 암술대가 남아 있다.

최근 해남군 송지면 어란에 있는 여낭터(어란 여인이 바다에 뛰어들어 죽은 낭떠러지)를 어렵게 어렵게 찾아 다녀왔다.

왜군의 포로로 잡혀 젊은 적장(간 마사가게)을 사랑한 어란여인…. 연인이 누설한 첩보를 이순신장군에게 전달해 명량해전을 유리하게 돕고, 명량에서 전사한 연인을 따라 투신한 어란 바닷가에 여낭터가 있다.

명량(울돌목)을 향해 기암괴석이 움푹 패여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어란여인 동상이 서 있다. 어란여인이 뛰어내린 바위는 울돌목을 바라보며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그 바위틈에 갯찔레나무가 조금이라도 님이 죽어간 바다에 닿고자 뻗어 내려가고 있다.

아~!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이거였구나. 그때부터는 갯찔레가 단순히 바닷가의 가시덤불이 아닌 어란여인의 혼이 깃든 애틋한 몸부림으로 느껴졌다.

나무는 다 같아 보이나 종이 다르고 종들마저도 서로 얼굴이 다르다. 더욱이 그 다양한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의 오감과 무의식에 아주 다른 느낌과 의미를 갖게 한다. 나의 기억속의 나무들은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었어도 내게 어린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켜준다.

지금도 해당화 대신 갯찔레가 해풍에 패인 바위를 타고 명량바다를 향해 애처로이 열매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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