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치열했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 한 판 승부는 끝이 났고 당선자도 낙선자도 유권자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우선은 접전으로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고, 선거로 인해 생긴 앙금들을 지워야 할 일이다. 경쟁 중에는 승자든 패자든 상대의 나쁜 점만 보였을 것이고 자신의 억울한 점만 생각될 것이다. 어쩌겠는가 선거는 끝났고 사람 일에 승패는 늘 있는 것이라는 태평심으로 돌아갈 일이다.

이런 갈등이 풀려나가고 좋은 관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승자가 아량과 여유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한다. 제스츄어가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포용하고 관용의 마음가짐을 보이길 바란다. 후보자만 아니라 후보자의 편에 서서 함께 응원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지역은 선거로 인한 분열의 상처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여러 번 지적된 문제지만 지방선거의 날짜에 대한 불만은 이번에도 아주 많았다. 해남만이 아니라 농민이 사는 모든 곳에서 6월 초순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때다. 아무리 다급한 일이 있어도 시기를 미룰 수 없는 것이 농사일이다. 인물을 만나기는커녕 선거 공보물 한 번 읽어볼 시간도 없이 선거를 치러야만 할 형편이다. 정책과 살아온 전력을 꼼꼼히 챙겨볼 틈도 없고 후보자간 토론을 보고 농민으로서의 요구나 견해를 말 할 자리에도 갈 수 없다. 도시에서는 선거 때면 각종의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앞세우며 특정 후보에게 자신들의 집단적 이익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않는가. 농민이 선거의 주인으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린다.

날짜를 옮겨 잡아야 할 국회의원들이 이 날짜를 계속 고집하는 건 농촌에서 활발한 논의 없이 선거가 치러지면 묻지마 00당! 현상이 전라도나 경상도나 더 심해질 것이란 계산 아래 방치하는 것이라 짐작된다. 날자 바꾸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두 달만 당기면 될 일이다.

깜깜이 선거가 가장 심한 부분은 교육감 선거였다. 교육관계당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선거임에도 정치적 중립의 의무에 묶여 교육공무원들은 선거에 개입할 수가 없으니 본원적으로 이 선거는 입 다물고 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당 개입의 금지로 치러지니 교육감 후보 혼자서 도지사 선거의 지역구인 전남도 전체를 뛰어야 한다. 개인이 뛰기에는 어려운 면적이다. 3개군 정도의 지역구인 국회의원 선거에선 후보를 대신하고 도울 당조직이 선거에 결합되어 뛰는데 교육감 선거는 후보 혼자서 전남도 전체를 뛰고 알려야 한다. 어떤 슈퍼맨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인구수와 면적이다.

해남에서 교육감 당선자와 차점자의 표차가 1573표인데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무효표는 그 배가 넘는 3280표였다.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에겐 얼마나 깜깜이로 치러졌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투표 방법마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밭에서 일하다 아무 소식도 들은 바 없이 투표소에 나온 할머니는 기호만 찾다가 기호가 없어서 안찍고 그냥 나왔다고 푸념하시기도 한단다.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TV 토론회가 있지만 종일 노동으로 지친 농민들에게 밤 11시를 넘긴 토론회는 보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

지방선거 날짜와 교육감 선거방식, 이제는 여야가 마음을 비우고 새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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