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갈나무 열매.
▲ 신갈나무 열매.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국토면적의 64%(637만ha), 이중 참나무류가 28%를 차지해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숲을 대표한다.

그러나 '참나무'라는 종은 없다. 참나무류는 상수리·신갈·떡갈·굴참·졸참·갈참·가시나무·너도밤나무·모밀잣밤나무·밤나무 등의 종이름을 총칭하는 속(Quercus) 명이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불러왔던 참나무는 상수리, 신갈, 떡갈, 굴참, 졸참, 갈참 등의 낙엽활엽수를 의미하고 그 참나무류에서 열리는 열매를 총칭하여 '도토리'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낙엽활엽수 외에도 남해안, 제주도 등의 난대림에 속하는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졸가시나무, 너도밤나무, 모밀잣밤나무 등은 일 년 내내 잎이 지지 않는 상록활엽수이다.

우리 시골집 앞에는 상수리나무가 많았다. 상수리나무 도토리를 우리는 '상도리'라 불렀다. 늦가을 마당에 한가득 떨어진 상도리는 주워서 공기놀이를 하거나 돼지 밥으로 주기도 했다.

도토리묵을 먹어본 경험은 초등학교 6학년 때쯤…. 그 첫 묵맛은 약간 씹히는 검은 점이 박힌 회색빛으로 달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날 이순신 장군이 진을 쳤던 어란진에 있는 나무배 만드는 사람들이 마당 앞 상수리나무를 베러 왔다. 엄청 큰 상수리나무를 톱으로 베어 트럭에 실었다. 무엇에 쓰냐고 여쭸더니 배 키를 만든다고 했다. 바닷물에도 끄떡없는 단단한 재질의 나무였다.

상수리는 너무 단단해 낫질도 어렵고 곧지도 않고 무거워 야구 배트로는 인기가 없었다. 대신 장작을 팰 때 짝짝 잘패지고 화력도 좋고 연기가 적어 최고의 쇠죽쓰기용 장작으로 썼다.

상수리나무를 베고 난 후 썩은 뿌리를 '뜽컬'이라 했는데 도끼나 괭이로 두드리면 뿌리가 통째로 빠졌다. 겨울방학 때마다 뜽컬을 캐 굼불을 때는 일이 중요한 일과였다.

시골집 사랑방 옆 상수리나무들은 이제 거의 고사했다. 그 몸뚱아리만 남은 참나무를 볼때마다 어린시절 뜽컬을 하러 다니던 고향의 겨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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