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시인)

 
 

해남은
하늘몸이다
먼 수평선 파도가
밀려와 출렁이는 바다와
곡식들이 물결치는 땅이다

해남은
3만년 선사시대부터
열린 대지, 논과 밭이다
벼들이 고개 숙이는 논과
보리, 콩, 고구마, 수숫대가
붉은 흙의 젖을 빨며 자라는
아득한 먼 옛날부터 유토피아다

해남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천국과 극락을 펼쳐놓은
아버지 어머니가 아들딸 낳고
하얀 학의 무리들이 나래치는
조상대대로의 그리움이다

해남은
내가, 우리들이 태어나 할머니에게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곳
대지의 아들딸, 흙과 흙의 자손이던
아버지 어머니께서 고이 잠드신 곳
아 사랑! 사랑하지 않고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큰 울음보따리 하나!

해남은
둥근 해와 둥근 달이다
낮에는 해가 내려와 온갖 씨앗을 뿌리고
밤에는 달이 내려와 어두운 논길밭길을
비춰주고… 사람들은 해남을 지키고
만들며… 살고 일하고 노래하고 꿈꾸고

해남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때 승병을 일으킨
북녘 땅 묘향산 서산대사께서도 예언하신
전쟁, 가뭄, 역병, 불을 면할 수 있는
삼재(三災)를 능히 면할 수 있다고
전해오는 대흥사 포충사
활활 타오르는 한 자루 황촛불!

해남은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울돌목 명량대첩에서 왜를 격파시킨
천하의 충무공 이순신장군 말씀처럼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 강강수워얼레
오랑캐를 몰아내고 조선을 지킨
한라에서 백두까지 불의 노둣돌 놓는
한반도 남녘의 봉화대!  

해남은
사랑과 평화의 땅이다
쌀과 보리와 고구마 배추와 무로
우리 새끼들을 먹여 살리는 밥상이다
둥근 밥상에 둥그렇게 모여 앉은 그리운
고향의 고향사람들이다 내일이다 태양이다

오 우리들의 그리운 해남은
칼로 벨 수 없는 불로 녹일 수 없는
금강석이다 오 둥근 금강석의 땅 해남은
오동나무에 오동꽃 피어 향기를 날리는
우리들 어머니의 둥근 젖가슴이다
우리들이 돌아가 삽과 괭이로 일굴
처음이다 마침내 시작이다, 해남은!

우리들 해남 하늘몸 만세!!
우리들 유토피아 해남 만세!

무술년 2018. 1. 1.  두 손 둥글게 만들어 合掌!!

● 1948년 화산면 출생. 1969년 [시인]지로 나옴
● 시집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밭詩] 등 16권
● 산문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난다] 외 저서 35권
● 고교 교사, 언론인 거쳐 조선대 교수, 5·18기념재단 이사장(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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