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가 펄럭이고 콩이나 모래를 넣은 헝겊주머니 오자미를 던져 바구니를 터트리던 초등학교 운동회는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학교의 중요한 기능은 첫째, 학생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서 폭넓은 경험을 쌓는 소중한 생활공간이다.사회가 근대화 되는 과정에서 학교를 통해 생활개선과 건강보건, 남녀평등, 식목의 중요성 등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루어졌다.

둘째, 지역사회의 역사·문화·규범을 전승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등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사회의 핵심기관이었다. 그러나 시대상황의 변화와 함께 농어촌 면지역의 학교는 기능이 소멸되어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인구 1480명의 전북 무주군 부주면의 부당초등학교는 교직원 12명에 전교생 15명인데 그중에 70대 할머니가 4명이다. 내년에 입학생도 70대 할머니 1명뿐이라고 한다. 할머니 학생입학을 두고 폐교를 막기 위해 교직원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 라며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또한 내년 6월부터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은 교육계와의 갈등 속에서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헌법 제3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노인학생을 학령기 학생처럼 교육과정에 맞추어 교육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과 효과성이 떨어지지만 주 1~2회 문해 교육과 건강증진을 위한 체조 및 운동, 식생활 교육을 통해서 노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되어 노년에 질병과 의료비 부담 및 삶의 질 저하로 고통 받는 농촌노인들의 문제를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 정책이다.

이런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학교시설 복합화와 관리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해결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정책을 수행할 인력이 문제이다. 학교 교사들이 이 일을 부가적으로 담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인들을 위한 생활교육과 교육프로그램을 전담할 인력의 양성과 확보가 중요하다.

이런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은 농촌의 고용을 늘리므로 젊은 세대의 유출을 방지하고 귀농귀촌을 촉진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는 학령기 아동이 늘어나 학교를 되살리는 선순환 정책이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관할과 영역이 나뉜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정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지역분권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시대변화에 맞추어 학교기능도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평생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학령기 학생에 대한 본래 역할은 물론 어린 아이들의 보육과 어르신들의 행복을 가꾸어가는 거점으로서 지역사회 핵심센터 역할이 확대되어야 농어촌 학교의 존재 의미나 존재가치가 확대된다. 학교는 주민 간 협력과 화합의 장이자 연결고리로 지역사회의 중심이다. 학교가 지식 지(知)와 지역사회 지역(地)의 거점이 되어야 학교가 살고 지역이 살고 지역주민의 행복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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