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AIDS의 날이다. 후천성면역결핍 증후군(AIDS)은 사람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 내에서 면역 체계를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가 파괴되어 몸이 약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초기증상이 없거나 인플루엔자 감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5~10여년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 들어가므로 조기발견이나 관리가 쉽지 않다. 감염경로는 수혈이나 마약 주사기사용 등을 통한 혈액감염, 임신이나 출산, 수유를 통한 모자감염이 있으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성행위를 통한 성 분비물 접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AIDS의 확산방지와 치료를 위해서 첫째 HIV감염과 AIDS는 구별이 필요하다. HIV감염은 트루바다(Truvada)와 같은 신약 개발로 최근에는 당뇨·고혈압과 같이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HIV감염자나 AIDS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당사자들에게는 불안과 공포를 안겨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치료기피와 노출을 꺼려 관리부재 상태에서 오히려 AIDS가 확산되는 결과를 불러온다. 198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초로 발견된 AIDS는 치료제가 없는 '죽음의 병'으로 불리웠지만 의학의 발전과 함께 더 이상 공포스러운 불치병은 아닌 셈이다.

둘째,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유독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동성애=항문성교=AIDS 발병' 이라는 우리 사회에 퍼진 고정관념과 반감 때문에 HIV감염인들이 치료를 망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감염인을 다 동성애자로 보고 이들을 정죄하는 분위기는 점점 더 음지로 숨어들게 만든다. 우리 사회가 유독 AIDS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교회 보수파의 반동성애운동과 연관성이 있다.

성서속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성의 멸망은 성적타락과 사악한 행위의 결과로 소돔(Sodom)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소도미(sodomy)가 남색이나 동성애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듯이 동성애를 반성경적, 타락함으로 본다. 인간의 성규범은 인격적 관계 내에서 부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성애적인 연합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동성애는 명백한 죄라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한때 동성애는 불법이나 반사회적 행동으로 간주되거나 정신장애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1994년 미국사회복지사협회(NASW)는 동성애자를 학대받는 소수집단으로 규정지었으며 미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CSWE)는 1992년 대학교과과정에 동성애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한 바 있다. '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 편람(DSM)'에서도 삭제되어 더 이상 동성애는 정신병리학과 관련되어 취급되지 않고 있다.

셋째, 'AIDS 혐오'는 절대에이즈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초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리해야 할 질병임에도 사회적 비난과 배제는 질병의 확산을 불러온다. 사회적으로 올바른 성교육과 실천, HIV감염인이나 AIDS질환자에 대한 포용적인 시각과 함께 조기 진단과 상담 그리고 전문치료재단, 병원을 설립하여 AIDS 관리와 치료를 병행하는 노력만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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