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텃새. 가는 곳마다 마중 나오고 보이느니 까치들이다. 참새와 함께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니 가을걷이 끝낸 논밭 위로도 떼를 지어 낟알 주어먹기에 한창인 모습이 쉽게 눈에 띤다. 때로는 물까치에 받쳐 쫓겨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까치밥을 두고 물까치와 죽을 만큼 싸우기도 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놓고 잘 익은 놈만 골라 쪼아대는 통에 둘 다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가고 있으니 분명 그 천적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씀이렸다.

행운을 가져오는 새이자 반가운 손님을 부르는 새가 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제는 그 지위를 내려놓고 산으로 들어갈 때도 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무시무시한 영역보존의 욕구로 오히려 천적들을 몰아내고 있다. 황조롱이는 말할 것도 없고 참매, 심지어 독수리까지도 떼를 지어 영역을 지키려는 까치들의 협공에 혀를 내두르며 물러나기 십상이다.

그런 사나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리 할아버지들은 예쁜 이름을 지어 주셨으니 깍아치다. 얼마나 시끄럽게 깍깍대었으면 깍깍이에 작다는 뜻으로 아치를 붙여 까치라 불렀을까. 외모 또한 얼마나 이쁜지! 다른 새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데 부리와 머리, 가슴, 등은 검은색이고, 배는 흰색이며 녹색의 광택이 있는 긴 꼬리가 있다. 그 꼬리로 나뭇가지에 앉아 위아래로 까딱까딱거리면 마치 나를 불러 유혹하는 듯 나도 모르게 다가가고 있다.

또 땅 위에서 걸어 다니거나 콩콩 뛰어가는 모습은 어찌나 귀여운지. 참새처럼 뒷발가락이 한 개 있어서 걷기에 튼튼하다. 부리도 크고 단단해서 못 먹는 것이 없다. 음식물 쓰레기와 물고기, 벌레와 나무열매 그리고 개구리나 심지어는 뱀에 이르기까지. 육해공을 망라해서 드시니 그 식욕만큼이나 원망도 커지고 있다.

딸기나 수박, 사과와 배, 감까지 과일을 쪼아 먹는데 하루에 하나씩 골라서 드시면 밉지나 않지! 열매란 열매를 죄다 집적거리면서 한 번씩만 쪼아 맛만 보는 통에 과실농사를 모두 망쳐 버리고 만다. 이젠 까치가 길조란 말은 옛말. 피해를 입히는 새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그래도 특별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진 까치의 새대가리를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비닐하우스 살짝 열린 틈으로 들어와서는 과일을 모두 맛만 보시고 망쳐놓고는 들어온 틈으로 슬쩍 또 빠져 나가시니 나갈 구멍을 찾지 못하는 참새와 비교가 된다.

도대체 "까치야! 헌 이 줄께 새 이 다오!" 불리던 놈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희떱게 구는 까치만 남았는지. 그래도 까치는 오늘도 농사일에 버선발로 나선다. 여름이면 이놈 저놈 해충들을 잡아먹고 가을이면 온갖 열매를 땅에 뿌린다. 농부보다 한 계절을 앞서 뿌린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어 놓은 까치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찬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시인의 마음처럼 농부들의 마음도 가을걷이 끝내고 까치밥을 내놓는다. 까치와 더불어 배고픈 새들에게 베푸는 보시가 되고 그 보시는 다시 새 생명을 낳아 기르니, 생명은 돌고 돌아 작은 벌레와 까치 한 마리,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도 인간과 함께 모두 하나의 그물로 엮여 있구나.

까치는 내년에도 살던 곳에 터를 잡되 또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 옛 둥지는 버릴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