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새벽 공기 뒤로 햇살 비춰 따스해진 찬란한 대지. 그 길을 따라 노란 옷 어린이집 꼬맹이들이 줄을 지어 공원에 산책을 나선다. 선생님이 "참새!!" 애들이 "짹짹!!!" 영락없는 참새들이다. 작고 앙증맞은 걸음새, 모양새가 딱 참새를 닮았다. 작은 몸집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정겹고 아련한 옛날을 불러 온다.그런 귀여움만큼이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다. 그만큼 우리 곁에 터전을 잡은 텃새다. 그래서 참새는 진짜 새라고 불렀다. 옛글에도 참새를 '진쵸'라 했으니 진쵸는 진추(眞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텃새. 가는 곳마다 마중 나오고 보이느니 까치들이다. 참새와 함께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니 가을걷이 끝낸 논밭 위로도 떼를 지어 낟알 주어먹기에 한창인 모습이 쉽게 눈에 띤다. 때로는 물까치에 받쳐 쫓겨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까치밥을 두고 물까치와 죽을 만큼 싸우기도 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놓고 잘 익은 놈만 골라 쪼아대는 통에 둘 다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가고 있으니 분명 그 천적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씀이렸다.행운을 가져오는 새이자 반가운 손님을 부르는 새가 된지 얼마나 되었을까
슬프기는? 개뿔! 긴 부리로 못 먹는 게 없는 놈을 슬프다니….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직박구리는 벌써 수 백 년을 돌고 돌아 긴 부리로 진화해 왔다. 하루도 쉴 새 없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길이를 조금씩 늘리면서…. 그 덕분에 이제는 쪼아대지 못할 곤충이 없고 잡아채지 못할 열매가 없다. 유럽에서 박새들을 실험했더니 근 50여년 만에 1%도 되지 않는 길이로 더 자랐다고 한다. 다른 대조군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 정도면 확신을 가질 만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지난 글에 이어 조금만 더 무자치를 만나보자.옆줄 무늬가 세로줄이면 무자치, 가로줄이면 누룩뱀이다. 여기서 가로줄이란 뱀을 사람처럼 세웠을 때 곧 머리가 하늘로 올라가고 꼬리가 땅에 닿았을 때 가로로 난 띠라는 말이다. 마땅히 땅에 엎드려 기어가는 뱀에게 가로줄이란 우리가 보기엔 세로로 난 줄이다.그런 점에서 무자치는 연한 갈색이나 황갈색 바탕을 두른 등을 따라 연노랑 세로줄이 점점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거기다 여느 뱀처럼 몸은 긴 원통이며, 꼬리는 가늘고 길다. 머리는 목에 비해 아주 큰 것이 가분수라 놀리기 딱 맞춤이다.사는 곳
모내기 전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우르릉 꽝꽝 번쩍번쩍 천둥번개가 요란하더니 세찬 소나기가 한바탕 천지를 뒤흔든다. 그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짙은 구름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지면을 비춘다. 하늘로 올라가는 동아줄인양 그 햇살 따라 이무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다.이 틈을 놓치지 않고 삼촌들 따라 가물치 잡으러, 개구리 잡으러 둠벙으로 출동이다. 비가 와야 농사를 짓던 논 옆으로 사철 마르지 않았던 둠벙물을 용두레로 퍼 올린다.그 사이로 개구리도 퍼 올리고 올챙이도 퍼 올리고, 미꾸리와 가물치는 주워 담는다. 한편에선 쇠꼬챙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한 현수막을 보았다. "산삼보다 더 좋은 드랭이즙 팝니다"아니 요즘처럼 드랭이 먹을 씨가 말라버린 무논에도 드렁허리가 산다고? 우선은 반가운 일이다. 친환경 재배가 늘어나면서 그 많던 드렁허리는 어디로 갔을까 한탄하던 풍경은 사라지고 생태환경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정말로 드렁허리는 그렇게 몸에 좋을까? 동의보감에도 습하고 추위 때문에 생긴 관절통을 다스리고 허하고 약해진 곳을 채워준다 하였다. 쉽게 말하면 정력제로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쪽에선 고급 요리로 인
마른장마가 끝이 나니 가을장마가 기승이다. 물이 없어 허덕이던 논과 밭에도 이젠 흥건하게 물이 가득하다. 논에선 벌써 이삭이 팼는데 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니 웃자란 벼 걱정에 근심이 한 가득이다. 그래도 백로들은 논둑을 따라 줄을 서고 물길 따라 내려오는 먹이잡기에 여념이 없다. 가끔씩 둥지 위를 찾아온 불청객에 지레 겁먹고 허둥거리던 백로새끼가 토해내니 개구리에 미꾸라지 가득하더라는 소식만 들릴 뿐.미꾸라지는 이렇게 몸 바쳐 논에 기대고 살아가는 날짐승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어 준다. 심지어는 우리에게도 여름에 기운을 돋게 하
후덥지근한 온도와 습도에 벼들이 몰라보게 커져 있다. 논을 갈고 땅을 골라 물을 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허리춤까지 키가 자라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언뜻번뜻 백로들이 서성인다. 그것도 넓디넓은 온 논에 다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몇 먹이가 있는 논에만 그리 있다.제초제와 농약으로 먹이가 사라진 논엔 가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친환경농사가 지어지는 논엔 미꾸라지, 우렁이, 다슬기, 드렁허리, 옆새우, 장구애비, 송장헤엄치개, 거머리까지 먹을 것이 가득하다. 다만 한 가지 무서운 것은 사람이 가까이 오느냐 안오느냐는 것뿐. 거의
실로 2달 만에 내리는 단비에 땅이 촉촉해질 무렵, 이젠 제법 자란 벼 줄기로 또 개천 수초들 사이로 분홍색 알들이 무더기로 군데군데 보인다. 영락없는 물고기알로 보이고 그래서 맛있어 보인다. 먹어 보지 않아서 그 맛이야 모르겠지만 이놈들이 이제는 오리와 더불어 친환경 벼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왕우렁이 알들이다.이 알들이 자라 약 2주가 되면 분홍빛이 회백색으로 바뀌면서 부화되어 어린 새끼가 물로 떨어져 나온다. 새끼는 보통 붉은빛을 띠는데 왕우렁이로 자라는 데는 약 2달이면 충분하다. 즉 두달이면 벌써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산란기
벌써 영암호엔 삼십만 마리 넘게 가창오리들이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 북동부 바이칼호수, 레나강, 아무르와 오호츠크 해안에서 여름을 나고 무려 4000km를 쉬지 않고 꼬박 일주일 걸려 날아왔다. 그런데도 노을 진 호수위로 하늘을 뒤덮은 가창오리들이 너무나 많아 그렇게 먼 길을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또 어느 지방에서나 문만 나서면 보이는 그렇고 그런 흔한 새처럼 보인다.그러나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오리에선 가창오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 동부와 동북부에선 찾아보기 힘든 새이다. 그러니 가창오리란 이름도 지역 이름
몇 년 전 어느 예능방송에서 유명인이 찍었던 금강하구 이십만 마리 무리의 군무. 해질녘 배경을 무대삼아 힘차게 날아오르는 가창오리 떼들은 그 숫자만으로도 장엄한 서사시 자체였다.수십만 마리가 떼를 지어 검은 구름을 만들어 오로라의 움직임으로 고래가 되기도 하고 용이 되기도 한다. 폭풍의 신이 되어 세상을 집어삼킬 듯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 때면 나도 모르게 움찔. 변화무쌍한 그 모습에 넋이 나간다. 군무가 춤인지 아니면 집회인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들만의 집단성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이지 않을까
지난 호에 이어 꼬리를 물고 날아오는 철새들이 벌써부터 열을 지어 줄을 맞춰 날아든다. 까마득한 옛날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부터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 들었을 영암호 오리떼들과 기러기들이 고운 자태 뽐내며 유유히 수면 위를 흘러 지나간다. '나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새대가리 아니여!' 자꾸 이런 새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중년남자의 까닭모를 갱년기 증상일까? 지금부터라도 새들이 얼마나 정교한 이동체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철새들은 매우 경제적이다. 드는 비용은 많은데 이익이 낮다면 그들은 즉시 이동을 중지할 것
벌써부터 구들짱에 불을 지피라고 찬바람의 성화가 대단하다. 그 틈으로 가까운 고천암호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아직 철새들이 큰 무리로 보이지는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음악을 듣자니 '철새는 날아가고'가 귓가를 스친다.잉카 후예들의 비애와 짓밟힌 역사를 가슴에 안고 광대한 안데스산맥 저 하늘 위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상징하며 활공하는 텃새, 지구에서 가장 큰 맹금 콘돌이 팬플룻의 구슬픈 가락에 실려 스페인 폭정에 짓밟힌 농민봉기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어쩌다 우리에겐 철새로 번역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것이 이제 가을이다. 짓궂은 가을장마에 녹아나는 배추가 안쓰럽기는 해도 어느덧 겨울채비를 해야 하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이제야 얼마 안남은 햇살에 맞춰 가을걷이 분주하고 마늘에 양파에 밭일은 바쁜데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있으니 진드기가 그놈이다.특히 가을에 더 조심해야 할 쯔쯔가무시증을 옮기는 빨간털진드기가 걱정이다. 살인진드기란 말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을 일으키는 작은소피참진드기에서 비롯됐지만 쯔쯔가무시균을 옮기는 빨간털진드기도 무시 못할 놈이다. 이런 저런 과정으로 치사율이 높은 질병을 옮기는 진드기들이 문
18호 태풍 차바가 우리나라 중부는 샤바샤바, 제주도와 남부는 쩌벅쩌벅. 우악살스럽게 지나갔다. 올해는 걱정없이 지나가려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찐드기같은 태풍이 기어코 거쳐간다. 그것도 다 끝났다고 안심할 10월에. 이런 끈질김을 보았나!그래도 한고비 넘어 이제야 가을이 자박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려나 보다. 여기저기서 진드기소식이 들리는 걸 보면 기나긴 무더위를 뒤로하고 가을이 다가오긴 했나 보다. 질병 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올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환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
모기가 사람피를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더 괴로운 우리는 모기가 좋아하는 만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 관계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 한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서로 서로 잘 맞추어 살 일이다. 한 편 모기의 사랑이 지나치다고는 해도 아무한테나 다 나누어주는 사랑은 아니다. 특별히 더 좋아하는 피가 따로 있으니 물리는 사람은 더 물리고 그 덕분에 이웃들은 안녕히 주무신다.모기는 우선 냄새 맡는 데엔 귀신이다. 땀에 들어있는 젖산은 20m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맡을 수 있고 이산화탄소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한다는 둥 만다는 둥 물이 썩어 도저히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둥 그래도 할 만하다는 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사가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 시점에도 지카바이러스나 썩은 물은 모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바이러스는 모기가 매개체이고 썩은 물은 그 모기를 무한대로 육성하는 중요한 생태환경이 된다.이런 와중에도 지구 반대쪽인 우리는 올해 모기 피해가 크지 않다. 모기에 피를 빨린 게 언제인가 싶다. 유난히 무더운 더
온 나라가 찜통솥 더위에 아주 죽을 맛이다. 무덥고 끈적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으니 짜증이 올라오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과수밭 한켠 파리 닮은 날벌레가 진딧물사이를 날아다닌다. 이 더위에.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그러나 자세히 보니 날개가 2쌍. 그렇다면 벌이다. 그것도 진딧물에 기생하는 벌.진디벌은 종류가 약 10여종에 이른다. 수염진디벌, 싸리진디벌, 진디면충좀벌 등. 모양과 색깔이 비슷해 보여도 여러 종이 있다. 거기다 기주특이성이 있어서 기생할 수 있는 진딧물이 정해져 있다. 그러니 천적농사는 종의 다양성이 반드
공기는 눅눅하고, 바람은 한 점 없고…. 지루한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해는 큰 기상이변 없이 장마철에 맞춰 장마 비가 올 모양이다. 이제 진딧물이 내놓았던 배설물에 곰팡이가 내려앉고 균류들이 생겨나겠지…. 당근 이런 유기물들을 찾아 똥파리들이 몰려들 것은 뻔한 이치. 밥상에도 꼬이고 쓰레기에도 몰려드는 파리들은 그 다리와 몸체에 병균을 옮겨 퍼트리기에 위생해충으로 분류된다. 그렇게 파리는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존재로 다가온다.그러나 같은 파리목에 들어가더라도 친환경방제에 없어서는 안
세상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가 새삼 새롭다. 특히나 사상 최대의 화학물질 남용 사건으로 기록될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이 말씀을 더 곱씹어보라 한다. 동물진료 현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2006년, 2007년 폐섬유화 문제도 그렇다.갑자기 이 원인으로 죽는 환자가 늘었을 때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의심된다. 그래서 원헬스 하나의 건강이 의료 전반에 자리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친환경농사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앓는 병들도 문제지만 나무를 키우는 흙이 건강하지 못하면 환경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