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여성 11% 껀터 출신
지형적 특성, 사돈나라 친숙

▲ 껀터 외곽지역 상당수 마을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 껀터 외곽지역 상당수 마을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베트남 남단에 있는 껀터에서 해남으로 이주한 결혼이주여성은 60여명에 달한다. 해남에 있는 전체 다문화가정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인데 해남과 베트남 껀터가 땅끝이라는 지형적 특성과 함께 사돈의 도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의 상당수 이주여성들이 언어적·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제적 이유로 친정집 방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생활상을 점검하고 미디어와 지역사회 역할을 통해 이들의 사회복지 향상을 위한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싣는순서 |

1. 땅끝에서 땅끝으로 왔어요
2. 마음으로 쓰는 편지 - 사랑합니다(toi yeu ban, 또 유 반)
3. 편지로 이어지는 우리가족 이야기
4. 껀터에서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5. 미디어와 지역사회를 통한 다문화가정의 사회복지 방향과 과제는?

▲ 베트남 껀터와 해남의 경우 땅끝이라는 지형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 베트남 껀터와 해남의 경우 땅끝이라는 지형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남에서 생활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은 564명으로 이 가운데 베트남출신이 전체의 46%인 259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21%인 116명, 필리핀이 16% 89명, 캄보디아 7% 40명, 일본 6% 33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흥미롭게도 베트남에서도 남단에 위치한 껀터 출신 이주여성이 64명을 차지해 베트남 이주여성 4명 가운데 1명 꼴이었으며 해남 전체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껀터 시는 베트남의 최대 도시인 호치민에서 서쪽으로 160km, 차로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인구는 120만명으로 베트남 5대 중앙직할시 가운데 하나다. 또 베트남 최대 곡창지대인 남부 메콩델타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농업도시며 상업도시로 유명하다. 쌀과 과일, 수산물 등이 거래되는 까이랑 수상시장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규모면에서 광주광역시나 전라남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껀터에는 전라남도의 시·군에 해당되는 닌끼우 현과 빈트이 현·까이랑 현·오몬 현·퐁디엔 현·꼬도 현·빈탄 현·톳놋 현 등 8현이 있다. 규모나 인구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땅끝의 이미지를 띠고 있는 지형적 특성과 함께 이 곳에서도 온 결혼이주여성이 많다는 점에서 해남과 베트남 껀터는 사돈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껀터의 경우 시내 중심가는 교통과 상업이 발달해 잘 사는 곳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외 변두리 지역과 마을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오지마을과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양철판과 나뭇잎으로 집을 짓고 화장실도 집 밖에 있고 우물을 만들어서 식수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들다보니 껀터 지역의 결혼적령기를 맞은 70%의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 대부분의 여성이 한국과 대만을 선호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 한류의 영향으로 이미지가 좋고 가족을 중요시하며 농촌지역이 많아 생활여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로 온 결혼이주여성은 30만명으로 이 가운데 6만명이 베트남인데 정확한 수치는 조사되고 있지 않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같은 생활여건은 물론 결혼과 관련해 제약이 비교적 없는 껀터에서 한국으로의 국제결혼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껀터에서 한국으로 결혼을 온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친정집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지만 결혼 이후 친정집과 거의 교류가 끊기고 언어적·문화적 어려움속에서 친정 도움이라는 욕구마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가정 내 불화의 소지를 안게 되며 이로 인해 한국생활에서의 안정적인 정착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중개업소 통해 결혼
친정집 한두번 방문에 그쳐

이에 따라 해남신문은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와 함께 베트남 껀터 출신 이주여성 64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들의 생활실태를 분석해봤다. 64명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51명에 대해 실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해남으로 온 베트남 껀터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결혼중개업체들 통해 국제결혼을 하고 있으며 남편과의 만족도는 높지만 사회생활 참여는 비교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이 결혼이후 본인이 직접 벌거나 남편이나 시댁의 도움을 받아 친정집을 돕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이 결혼이후 아예 친정집을 가지 못하고 있거나 2번 이하로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남편을 만나게 된 경로와 관련해 응답자의 77%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서라고 답했고 친구와 동료, 가족이나 친척의 소개를 통해서가 16%에 달했다.

대부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지던 국제결혼이 친구나 동료 등의 소개 등으로 방법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많은 실정이다.

또 친정집을 돕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직접 벌어서 한다가 43%로 가장 많았고 남편과 시댁 도움이 37%, 돕지 못하고 있다가 20%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이유가 친정집을 돕기 위한 것이어서 적극적으로 친정집 돕기에 나서고 있는데 현재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아 친정집을 돕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비교적 많았다.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가 53%를 차지한 가운데 약간 만족도 20%를 차지해 전체의 73%가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 만족스럽다는 답변을 나타냈다. 한국생활에 있어서 어려운 점으로는 전체의 절반이 언어 문제라고 답했으며 경제적 문제와 가족간의 갈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나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의논하거나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절반이 없다고 답했고 모임이나 친목단체 등에 참여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65%가 없다고 답했으며 여가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가 35%로 나타났다.

결혼 이후 친정집을 방문한 횟수(껀터 출신 결혼이주여성 51명 응답)

 
 

특히 결혼 이후 친정집을 방문한 횟수에 대해서는 한번도 없다가 14%인 7명, 1번이 31%인 16명, 2번이 28%인 14명, 3번이 6명, 4번 이상이 8명으로 나타나 절반 가까이가 아예 가지 못했거나 한번 다녀온 것으로 조사돼 친정집과의 교류가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편지쓰기·친정집 방문사업 등
교류와 자매결연 시급히 필요

올해 38살인 껀터 출신 결혼이주여성 A 씨는 남편과 나이 차이가 16살로 해남에 온지는 10년이 되고 있다. 호치민에서 차로 5시간 걸려 껀터로 간 뒤 다시 차로 30분을 이동하고 배를 타고 20분을 이동해야 20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는 고향 마을에 갈 수 있다.

집은 양철판과 나뭇잎을 이용해 만들었고 화장실은 건물 밖에 위치해있는데 사실상 일을 보고 바로 강으로 쓸려나가게끔 만들어져 있다. 농사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부모님과 5형제가 함께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힘들어 호치민으로 나가 미싱일을 하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10년 전 호치민에 있는 결혼중개업체에 국제결혼을 하겠다고 등록하고 맞선을 보게 됐는데 그 자리에 베트남 여성 10명이 함께 있었고 그 중에서 지금의 남편의 선택을 받아 맞선 본 다음날 결혼식을 했다고 한다. 서로를 잘 모르고 결혼생활이 시작됐지만 결혼생활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그렇지만 언어적인 문제와 함께 결혼 이후 지난 2009년 친정집을 다녀온 이후 지금까지 8년 동안 친정집을 가지 못하고 있다. 친정 부모님도 이제 9살이 된 외손자를 보고 싶어하지만 영상통화나 휴대폰 사진 전송으로 대신하고 있는 처지다. 한번 다녀오려 해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자녀와 함께 가면 비용이 더 들어가고 그렇다고 자녀를 맡기고 갈 수도 없다.

관절염과 뇌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 등 어려운 친정집을 돕고 싶지만 자신도 아직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항상 가슴이 아프고 최근에서야 남편이 1년에 50만원씩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A 씨는 "부모님이 보고 싶으면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남동생한테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하는데 보고싶고 통화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제일 안타깝고 힘들다"면서 "여건만 된다면 친정집도 자주 다녀오고 더 많이 친정집을 돕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해남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광선 센터장은 "해남과 베트남 껀터가 지형적 특성이나 결혼이라는 연결고리로 특별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며 "행정기관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교류와 결연사업을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가 결혼이주여성의 이같은 어려운 점을 극복하도록 돕고 나아가 두 도시간의 문화·교육·관광·복지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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