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두(해남문학회)

 
 

어둠의 작은 빛도 당신의 손길인가
인고로 시집살이를 삭히시고
사랑으로 자식들을 기르시며
마른 젖 물려 손자 손녀 다 키우셨다

젊은 날엔 물레소리 그치고 베틀위에 앉으면
직녀성 끈질긴 곱게 섬기시더니
그 정성 삼삼옥수 고은 솜씨로
바지 저고리 지어 주셨지요

쪽물치마 길게 입고
새벽별 쳐다보며 살며시 사립문 열면
이슬로 적시였던 삼베 적삼

만병통치 할머니의 약손은
흘러간 세월속에 촛불은 다 타버리고
저녁 붉은 노을속에 아득히 그려지는
할머니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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