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채(시인)

 
 

넓은 길, 샛길, 막다른 길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굽은 길
그대여!
지나가는 길이라도 좋으니
잠시 이곳에 머물다 가시게나.

이젠 폐허되어
모락모락 뽀얀 전설로 피어나는
이 곳에서 함께 사랑으로 피어오르게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
언젠가는 한줌 흙으로
몸짓을 익히며 살다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거지.

이제 다 버리고 비워버린 이 길
그래도 아직은 낭만도 즐거움도 있는
60대 후반의 길-- 허허 웃으며
손잡고 걸어가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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