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무량사)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길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
팽목항 가는 길

일어서면 저만치 엎드리면 요만큼
해남 땅끝
파발마 꼬리 무는 슬픈 항구
팽목항 가는 길
삼보 일배 길

이마로 바위 깨고 땅을 치는 두 손바닥
파도도 쉼없이 한올 한올 숨소리 건져 올리고
갈매기도 보았노라 방울방울 흘리는 피눈물

누구의 죄인가 누구의 벌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모두의 죄인 것을...
올림머리 다시 풀고 거울을 부른 입도
늦잠자다 봉창문 두드린 구명조끼 타령도
모두 다 내 죄이고 내 일이고 내 손인 것을...

벽란도 떠나온 푸른 괴물 늙은 세월호
파랗고 파란 희망 파랑새들
억지로 끌어안아 동반한 자살도
모두가 내 죄인 것을...

걷고 걷고 또 걸어도 아득한 해무 길
파랑새들 울고 있는 맹골수도 가는 길
삼보 일배 길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참회하며 가는 길
삼보 일배 길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편집자주>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죄를 참회하는 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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