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19줄의 361목의 변화무쌍한 승패의 장 바둑판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바둑판은 싸움터이고 바둑의 전략은 정치, 군사, 스포츠 등에 널리 활용되고 적용된다. 8세기 중국 당나라의 왕적신(王積薪)이 말한 바둑을 잘 두는 비결인 '위기십결' 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이기도 하다. 그 중 하나인 봉위수기(逢危須棄)는 '위기를 만나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면 좋겠지만 인생사에는 언제나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때 당황하거나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고 침착하게 손실을 최소화 해야 후일을 다시 도모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병법 36계에서 마지막 계책인 주위상(走爲上)도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좋은 전략임을 말하고 있다.

고수는 전체의 판세를 읽고 수십 수 앞을 내다보지만 하수는 자충수(自充手), 악수(惡手), 졸수(拙手)를 연발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버릴 줄 모르고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가는 독선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을 향해 공세를 취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자충수와 촛불민심의 거대한 회오리로 절박한 상황에 몰린 검찰의 외통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이 불거진 후에도 국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없이 거짓해명과 남탓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재직시 유리한 위치에서 검찰과 특검 조사를 받을 기회 역시 스스로 한 약속을 내팽개치고 지키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두하여 최후진술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법률 대리인과 측근에 둘러싸여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 그들은 국민과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해명과 호소를 하는 대신 대통령의 심기변호에 몰두하느라 실패가 뻔히 예측됨에도 무리수를 연발했다. 결국은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불러오는 자충수로 결국은 대마가 죽는 탄핵이라는 결과와 함께 신변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자신을 스스로 내몰았다.

검찰은 눈치보기 수사로 일관하다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은 특검의 눈부신 활약에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쏟아질 비난과 조직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대마의 항복을 요구하는 외통수로 칼끝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자충수의 결과였고 검찰의 절반의 성공은 상황에 내몰린 외통수인 셈이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킴으로 한 고비를 넘었다. 이제는 자신들의 치부와 연관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단죄함으로써 기승전결의 구도를 완성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妙手)는 편법이나 속임수에 있지 않다. 정수(正手)중의 최고의 진수가 묘수이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정수로 국가적 난관을 돌파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국수(國手)격인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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