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4학년 때 플라타너스 아래에 소원지를 묻는 작은딸.
▲ 초등학교 4학년 때 플라타너스 아래에 소원지를 묻는 작은딸.

하얀 껍데기의 잘생긴 플라타너스를 볼 때마다 집 뒤 플라타너스가 그리워진다. 플라타너스는 보통 재래종인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와 양버즘나무(Platanus occidentalis)로 구분한다. 차이점은 방울이 하나 달리면 양버즘나무, 두 개 달리면 버즘나무이다. 우리집 뒤 나무는 방울이 한 개인 양버즘나무였다.

시골집 뒤 대밭에 우뚝 서 있었던 플라타너스는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서구적인 매력이 있는 나무였다. 내가 정식으로 수목학을 배우기 전까지 알고 있었던 10여개 나무 이름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삼감 또는 산간수(산림청 직원, 산림경찰이란 뜻, 산림공무원은 지금도 산림에 관한 경찰권이 있음)나 순사(경찰)가 동네에 오면 숨는 장소로, 야구방망이 만들 때 재료로, 집 앞 방풍림 꺾꽂이용으로, 방울이 달리면 장난감으로….

결국 10여 년 전 베어냈다. 큰 태풍이 몰아치던 밤에 지붕을 때리면서 부러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꺾꽂이 해서 살아남은 5그루가 그만큼 커서 시골집을 지키고 있다.

5그루의 방풍림은 우연히 조성되었다. 우리집 새밖을 새로 내면서 남동풍을 막아주는 대밭을 없앴다. 그 후 태풍이 올 때마다 집에 바람이 너무 쳤다. 초등학교 4학년 식목일이었다. 아버지는 플라타너스 큰가지(2~3m)를 베어 바람이 치는 새밖 부근에 꺾꽂이를 했다. 나도 따라서 손가락만한 가지를 100개 정도 꺾꽂이를 했다. 다음해 아버지 꺾꽂이는 다 살고 내 것은 전멸…. 이유야 간단하다. 풀을 제거해줬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다. 꽂아 두면 저절로 크는 줄만 알았다.

막 베어낸 플라타너스로 야구방망이를 만들면 낫질이 아주 잘된다. 흠이 있다면 마르면서 갈라지거나(crack) 뒤틀린다는 것. 그런데도 동네 공동묘지에서 야구를 할 때 플라타너스 야구방망이는 동네 애들에게 가장 인기였다. 한방 맞았다하면 가벼운 삼나무 방망이보다 훨씬 멀리 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이 된 둘째딸이 4학년 구정 때 플라타너스 아래에 자기의 꿈을 적은 타임캡슐을 묻었다. 내가 저 꼬마 때 아버지가 심은 그 플라타너스 아래에…. 보고 싶다. 플라타너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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