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쥐똥나무.
▲ 2005년 쥐똥나무.

쥐똥나무(Ligustrum obtusifolium)는 물푸레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으로 가을에 검게 익은 열매 모양이 꼭 쥐똥같이 생겨 쥐똥나무라 하였다. 하얀꽃이 5∼6월에 가지 끝에 뭉쳐서 군집으로(총상화서) 핀다. 쥐똥모양의 둥그런 열매는 10월에 검은 색으로 익는다. 꽃과 열매를 보지 않고 산속에서 느닷없이 만나면 한참 무슨 나무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나무이다.

도로 가로수 하층식재, 담장대신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쓴다. 쥐똥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한방에서는 열매를 수랍과(水蠟果)라는 약재로 허약한 체질개선, 코피, 당뇨, 고혈압, 강장제 등으로 쓴다.

군대 가기 전 소를 매고 콩대를 쌓던 마당 한편에 경운기로 60여 차례 돌을 실어 나르고 황토를 날라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산판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묘목을 사고 옆집 형님 집에서 꽃모종을 얻어와 정원을 완성하고 입대했다. 이후 아버지는 산정 5일장에 다녀오시거나 계모임에 다녀오실 때마다 묘목을 사와 심고 가꾸었다. 새밖(고샅)에는 재래종 동백나무 가로수도 멋지게 키우셨다.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아랫동네 감나무밭에서 캐 버린 쥐똥나무를 끌고 와 마땅히 심을 장소도 없어 새밖 배수로에 임시로 놔두었다. 군대로 복귀하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다음 휴가 때 보니 이 때문에 배수로가 막혔다. 지천에 깔린 꽃나무, 그중 정말 볼품없고 흔하디흔한 쥐똥나무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는 그 배수로를 포기하고 별도의 배수로를 팠다.

나무는 사람의 비정의 마음을 완화시키고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다고 한다. 나무에 전혀 관심이 없고 술과 담배를 즐겨 하시던 아버지는 서서히 정원 가꾸기가 취미가 되었고, 담배도 끊으시고, 술도 적게 마시게 되었다.

시골정원이 점점 멋을 더하고 쥐똥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형태를 잡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초라한 한 그루의 나무나 보잘 것 없는 한 포기의 풀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겨우내 도롯가 먼지를 덮어쓰고 말라비틀어진 쥐똥나무가지에 살며시 파릇한 기운이 돌면 나의 봄은 그렇게 찾아온다. 가지 하나가 죽어 다소 왜소해졌지만 아직도 우리집 새밖에는 쥐똥나무가 봄을 기다리며 우리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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