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은 중국문학에서 대중소설의 한 장르로 무술에 뛰어나고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의 총칭이다. 정파와 사파 또는 문파로 서로 나뉘어 무술과 패권 겨루는 과정은 대부분 공권력이나 규율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초월해서 전개된다. 전형적인 무협소설은 몰락한 무림명가의 후손이 세상을 떠돌다 절대무공을 전수받고, 고난 속에서도 악의 무리를 제압해 나가는 성장기이자 모험담이지만 무협지라는 말은 저질로 인식된다.

학창시절에 좀 논다하는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무협지를 탐독하다 선생님께 된통 혼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 무협지는 몰래 숨어서 보아야 하는 책으로 일탈의 상징이자 악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IT, AI의 시대에는 상상력과 창조력의 가치가 인정받으면서 무협소설과 같은 판타지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조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무협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초거대 온라인 유통기업을 세운 이가 중국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윈(馬云)회장이다. 그는 무협지의 마니아답게 알리바바의 본사를 대도시가 아닌 강호(江湖)격인 항저우(杭州)에 두고 있다. 알리바바는 고객제일·단체합작·변화포용·성신(誠信)·격정(激情)·경업(敬業)의 6개 가치관 즉 고객 우선, 협력과 변화 수용, 신용과 열정, 맡은 일에 전심전력이라는 모토 아래 창조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중국 시장을 평정하고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판매액에서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고 '알리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이체한 금액은 '알리페이'에 예치되어 배송이 완료된 뒤에야 '알리페이'에서 판매자에게 돈이 건네지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온라인 쇼핑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국인들의 의구심을 해소한 것이 주요한 결과이다.

알리바바는 사원을 직급으로 나누지 않고 출퇴근 조절이 자유로우며 수평적 관계를 위해 사내에서 닉네임으로 호칭을 부른다. 마윈의 닉네임은 '풍청양(風淸揚)'으로 '풍청양'은 무협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화산파 검종의 대가로 사과애에 은거하다가 주인공 영호충에게 절대무공 독고구검을 전수해주는 고수로 마윈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

풍청양의 가르침 핵심은 두 가지로 첫째 '무초가 유초를 이긴다(無招勝有招)'. 초식이란 무공을 이루는 일정한 동작을 말하지만 기업에서는 일정한 경영방침과 원칙을 의미한다. 옥상옥의 복잡한 대기업 조직보다는 무정형조직이 더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초식은 무공보다는 계략과 음모, 함정에 있다". 손자병법의 전쟁은 궤도(詭道 속임수)이고 정(正) 과 기(奇), 허(虛)와 실(實)이 중요하다는 가르침과도 일맥상통 한다.

시대는 마윈이 월급 12달러의 영어강사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회장으로 변신의 촉매제가 된 상상력과 창조력을 북돋워 주는 교육을 요구한다. 우리 기업들에서조차도 직급떼기가 한창인데 교육현장만은 획일화 된 입시 교육과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아 폐기처분 단계에 들어선 국정역사교과서를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교육 당국의 불통과 후진성은 아직도 산업화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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