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좌회전 몸살, 단속 제대로 안해
교통사고 예방 위한 대책마련 시급

▲ 횡단보도 앞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좌회전이 이뤄지고 있다.
▲ 횡단보도 앞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좌회전이 이뤄지고 있다.
▲ 터미널 택시승강장에 줄이 길게 늘어서 횡단보도 앞까지 택시들이 정차해 있다.
▲ 터미널 택시승강장에 줄이 길게 늘어서 횡단보도 앞까지 택시들이 정차해 있다.
▲ 추가로 회전교차로가 필요하다고 거론되고 있는 교육지원청 진입 앞 4거리.
▲ 추가로 회전교차로가 필요하다고 거론되고 있는 교육지원청 진입 앞 4거리.

해남신문은 2017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올 한해동안 '바꿔야 해남, 변해야 해남'을 주제로 연중기획 보도를 시작한다. 생활속 불편이나 잘못된 관행, 그리고 행정 비리와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체되고 퇴보하고 있는 해남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롭게 바뀌고 변화하는 해남의 모습을 기대한다. 변화라는 것은 누구 한 사람 또,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군민들의 적극적인 제보와 참여가 해남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해남 터미널 회전교차로에서 축협 하나로마트 해리지점쪽으로 가는 왕복 4차선 도로. 회전교차로에서 내려가다 보면 바로 커피숍 앞 횡단보도가 나오고 맞은편에 모 내과병원과 해남농협 동부지점 입구가 보인다.

그런데 이 횡단보도 앞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으로 무단 좌회전 하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7일 오후 2시 30분부터 30분동안 현장을 관찰한 결과 이 곳에서 무단 좌회전한 차량은 모두 11대로 택시가 9대, 화물차가 1대, 승용차가 1대 였다. 3분에 1대 꼴로 위험한 곡예운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무단 좌회전을 해 길게 늘어선 터미널 택시 승강장에 바로 차를 대는 택시가 보였다. 모 내과병원 앞 택시 승강장에 차를 대기 위해 무단 좌회전했다가 승강장으로 후진하는 택시도 있다. 또 콜을 받고 대기하기 위해 무단 좌회전해 병원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손님을 태우는 택시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병원과 은행, 인근 상가를 이용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승용차도 있다.

복잡한 곳에서 중앙선 침범과 무단 좌회전이 이뤄지고 있고 택시 승강장이 두곳이나 있다보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옆으로 차들이 지나가고 후진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가 하면 택시가 세줄로 멈춰 서있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오후 시간대에는 갓길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사실상 한 차로로 차량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아예 잠깐 멈춰섰다가 무단 좌회전을 하다 보니 뒤따르던 차량들과 자칫 추돌 사고의 위험도 크고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충돌 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중앙선을 침범해 무단으로 좌회전을 하는지 택시기사들에게 물었다.

"600m 아래쪽으로 중앙교차로 부근까지 유턴 구간이 없다니까, 택시 승강장에 택시를 세우려고 하면 이 곳에서 좌회전을 할 수 밖에 없당께", "터미널을 크게 돌아서 명지 아파트 앞에서 쪽길로 나와 승강장으로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그러니까 여기서 바로 좌회전 해버리제"

위험하거나 단속에 걸리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여기서 교통사고 난 적이 없어, 글고 경찰도 군도 단속을 안해. 가끔 승용차 운전자들이 블랙박스에 찍힌 것 가지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제"

편의를 위해 위험한 무단좌회전이 반복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필 터미널 부근이라 외지 손님들이 많은 곳인데, 해남의 이미지는 무법천지 그대로이다.

행정기관 사실 알면서도 방치

이곳은 10여년 전에 횡단보도 앞에서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한 구간였다. 그런데 회전교차로 부근이라 복잡하고 사고위험이 높은데다 해남에서 열리는 도민체전을 앞두고 교통체계 정비가 이뤄지면서 차도에 비보호 좌회전 신호를 없애고 차선 분리봉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차선 분리봉이 횡단보도까지 이어지지 않다보니 그동안 관행적으로 횡단보도 앞에서 무단 좌회전이 계속 이뤄져 온 것이다.

해남경찰서와 해남군은 단속권한에 대해 서로 미루는가하면, 단속할 경우 택시기사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인근에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려 해도 주차공간부터 마련하라는 항의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인근에 유턴 구간을 만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남경찰서 관계자는 "아래쪽 중앙교차로까지 편도 2차로가 이어지다 보니 도로가 좁아 유턴 구간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유턴이 가능한 구간은 편도 3차로 이상으로 도로 폭이 9m 이상이 돼야 한다. 무단 좌회전의 또다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횡단보도 인근 택시 승강장의 위치도 문제다.

횡단보도에서 5m이상 떨어진 곳에 승강장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모 내과 병원 앞 승강장은 횡단보도와 맞닿아 있어 택시들이 정지선을 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승강장이 이 곳에 설치된 것인지 해남군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담당부서는 이같은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인사 이동이 잦은데다 문제점이 발견되도 나서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오래 전에 택시 기사들 민원 때문에 승강장을 만들어 준 것 같은데 승강장 위치가 잘못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해남군은 터미널 안 버스승강장을 반대편으로 옮겨 택시 승강장도 모두 그쪽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당초 설계를 인정해놓고 또다시 예산을 들여서 버스승강장을 옮기라고 하는 것은 금호고속측이 받아줄 가능성이 없다. 또 혼잡을 막기 위해 해남터미널을 외곽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도 선거철에 말만 무성할 뿐 예산확보 등 논란의 소지도 많다.

일차적으로 이 곳에서 불법을 자행하는 운전자들이 문제지만 문제가 있는지 알면서도 방법을 찾지 않는 행정기관도 문제다. 불법이 자행되지 않도록 교통시설물을 추가로 만들고 단속을 강화하던가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주면 되는데 이도저도 손을 놓고 있다보니 행정기관이 불법을 하도록 사실상 방조하거나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추가 회전교차로 설치 등 대안 필요

택시기사들은 터미널 승강장이 불편하게 돼 있는 곳은 해남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보호 좌회전 구간을 부활해 줄 것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남군은 터미널을 길게 돌아 명지 아파트 맞은편 쪽길을 이용해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남경찰서는 아래쪽 여성회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모전기 삼거리에 추가로 회전교차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한다.

택시기사들의 안에 대해서는 통행량이 많고 지금도 터미널 승강장에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가드레일까지 있는 상황에서 복잡하고 사고위험도 크다며 행정기관에서 반대하고 있다.

해남군의 안에 대해서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쪽길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아 이용하기 불편하다며 택시기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해남경찰의 안에 대해서는 인근 식당이나 가게의 일부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고 예산이 필요한 상황여서 군에서 적극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서로 인식하고 이제라도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이 있어 다행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나마 해남군과 해남경찰서, 해남군 개인택시지부 등은 3자가 참여한 가운데 이달말쯤 교통시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무단 좌회전을 없애는 방안과 함께 모 내과병원 앞 택시승강장 철거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흐지부지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통시설물을 추가로 설치하고 단속을 강화해 무단 좌회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현실적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무법 천지 도시로 불법을 방치, 방조하고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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