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록(J. E. Lovelock)의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이론이다. 즉 지구는 자기 조절을 위한 능동적 기능을 통해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진도 지구에 있어서는 자기안정화의 과정이 되는 셈이다.

지구의 깊은 땅속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화산으로 분출하고 지진이 빈발하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우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태평양 주변의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추석을 앞두고 한반도 전체를 뒤흔든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지진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강건너 불'이 아님을 일깨워 주었다. 영남지방은 170㎞에 달하는 양산단층을 비롯해 크고 작은 단층대가 60여 개나 존재하며 지질학적으로 젊고 불안정한 신생대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실해졌다.

일본은 중생대 백악기에는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였으나 지각활동에 의해 뜯겨져 나갔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화산과 지진에 의해서 형성된 나라인 셈이고 4개의 지구판의 접경지역으로 끊임없는 지진과 화산폭발의 재난 속에서 살아왔다.

그들은 재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 방재(防災)를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육지측판이 바다측판에 말려들어감으로 생성되는 일그러짐이 한계에 달해 서서히 복원되는 미끌림(slow slip)이 발생할수록 거대지진이 임박했다는 전조이므로 이를 측정하기 위해 태평양 깊은 바다 트랩에 설치한 관측기기와 육지부 지하 2.5km에 설치한 압력센서를 통해 지진을 감시하여 이상 발생시 즉시 통보하는 지진·진파관측감시시스템(DONET)을 가동 중에 있다. 또한 1920년대 이후 발생된 모든 지진관측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병발생이나 교통사고 위험, 경기변동을 예측하듯이 지진발생확률이 높은 지역을 정확하게 예측해내는 통계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지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매일 지진발생 확률을 일기예보처럼 공표하고 있다.

진도 5.8의 지진에 피해가 거의 없었음은 진앙지가 지하 15km 였다는 점에서 조상님들의 음덕인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나 재난의 대처하는 정부 부처의 무능함과 속보체계 등의 지진대처능력은 얼마나 미흡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올해 지진예산은 10억여원에 불과하고 지진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활성단층에 대한 정확한 지도조차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원전 12기가 운영되고 있는 부산, 경주, 울산지역은 이후로도 지진발생 위험도가 높아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지금의 관리능력이나 시스템으로는 수명 30년을 넘긴 노후 원전의 피로도가 쌓인 수백km에 이르는 배관이나 전선의 안전을 지진으로부터 담보하기는 어렵다. 노후원전의 조기 폐쇄와 신규원전 건설중단 등의 원전확대정책 폐지와 함께 대형재해와 긴급재난시를 대비한 종합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이번 지진은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의 경고인 셈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