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장터에 나간 포도원 주인은 하루에 1데나리온을 주기로 하고 포도원으로 일을 보냈다. 아침 9시, 정오, 오후 3시에도 장터에 여전히 빈둥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품삯을 주기로 하고 일을 보냈다.

오후 5시쯤 나가서 살펴보니 아직도 빈둥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왜 당신들은 온종일 이렇게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아무도 일을 시켜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도 역시 일을 시키고 저녁이 되어 품삯을 치르는데 가장 나중에 온 사람에게 한 데나리온을 주니까 먼저 온 사람들은 더 받을 것으로 기대를 하였으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 씩을 받자 "마지막에 온 이 사람들은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는데도, 찌는 더위 속에서 온종일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를 하는군요" 하며 불만을 토로 하였다. 이에 포도원 주인은 "나는 당신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것이 아니고 한 데나리온에 합의 하지 않았소?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한 데나리온을 준 것은 나의 뜻이고 이와 같이 하늘나라에서는 꼴찌들이 첫째가 되고 첫째들이 꼴찌가 될 것이오" 라고 대답하였다.

성서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의 품꾼 비유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상가인 존 러스킨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라는 책에서 영국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러스킨은 경제의 본질은 생명을 유지하고 공동체의 삶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보았기에 평등의 경제학을 주창하였지만 당시의 영국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유토피아적 정신이었다.

포도원 주인의 셈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셈법이다. 탐욕과 경쟁이 넘실대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공동체성이나 가족애, 우정 등의 정신적 가치는 점점 훼손되어 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내서 공동체를 파괴하는 금융공학과 같이 복잡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땅을 지키고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는 농부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되고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올해의 최저임금 시급은 6030원이다 2015년 5580원 보다는 8.1%가 인상되었지만 20일 근무를 적용하면 한 달 내 일을 해도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확산되고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으로, 자산 심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돈으로 비판받지만 네덜란드와 핀란드가 도입을 검토 중에 있고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한 데나리온의 품삯은 그리스의 드라크마에 해당하는 로마의 화폐단위로 도시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며 한 가족이 하루를 생활할 수 있는 비용에 해당된다. 포도원의 주인은 아침 일찍부터 일을 했건 해 질 무렵에 와서 일을 했건 한 가정이 꾸려지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한 데나리온의 품삯이 필요하기에 한 데나리온을 지급한 것이다. 능력이 아닌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의 삶을 돌보아 주는 것이 포도원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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