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에는 '눈먼 돈' 또는 '보는 놈이 임자'라는 불명예가 달려 있다. 지방재정에서 교부세와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그런다. 이번에 정부가 이 보조금의 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보조사업에 대해 최대 3년의 존속기간을 두고 3년 뒤 자동 폐기되는 일몰제를 신설한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 사업기간을 연장한다. 보조금 통합관리망을 구축해 수입, 지출 등을 사업자가 공개토록 했다. 보조금 총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관련법에 따라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다.

부정수급의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부정수급금의 5배 이내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정수급 보조사업자는 명단도 공개된다. 보조금으로 취득한 재산은 등기서류에 표기토록하고, 승인 없이 이 재산을 양도, 대여, 담보 등 거래할 땐 처벌토록 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보조금 개정안을 이 달 내에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3개월부터 시행한다. 해남군청도 관련 조례 정비 등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누수의 한 원인을 보조금 집행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가 빠져 있다. 하나는 보조금의 지방재정에서의 역할, 특히 복지 분야에서의 순기능이 강화되는 동반조치다. 두 번째는 이번 개정안은 보조사업자의 책임을 묻는데만 집중됐다는 점이다. 보조사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농어촌 지자체의 경우 보조금이 마치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주머니돈으로 쓰이는 사례가 있다. 또 선거를 의식한 조직관리 차원에서 사업자가 선정되는 폐해가 심각하다. 이를 보완하는 구실은 보이지 않는다.

국고보조금이 지방재정을 거꾸로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낮은데, 대부분 지방비 매칭인 보조사업이 지방재정 부담을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보조금의 증가율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률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더 문제다. 전남 전체로 보면 총 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율이 올해 30%를 넘겼다고 한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보조금 중 복지보조금이 39%를 차지했다. 이러니 소문대로 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겨 황급히 보조금관리에 들어갔다지만 이는 정부만 생각하고 지방은 뒷전이란 말이 나올 기세다. 기초생활보장, 보육, 장애인복지 등의 보조금은 지방비 부담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

나라 전체로 보면 919개의 국고보조사업이 있다니, 해남군만 하더라도 군민 어느 하나 보조금의 직간접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방자치제라기보다 '보조금 통치제'라 할만하다. 이미 지나간 사업 중에 말아먹은 사업이 적지 않고, 지금도 사업자 선정에 잡음이 끊임없다. 거기에는 보조금심의위원회의 존재와 역할이 그 중심이다. 또 해당 조례는 사업 내용에 관한 일부 내용을 알리는 의무를 지자체장에게 뒀을 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같이 지는 규정이 없다. 이번 개정안과 더불어 지방 조례를 손 볼 때, 지자체장의 책임에 대한 부분을 선언적이라도 명시를 하는 담대함을 보일 순 없을까. 또 조례에 규정한 심의위와 그 밖에 분야별 보조금 심의위도 사업자 선정과 평가를 분리하는 방안 등 적극적인 대처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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