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을 하면서 협업을 중요하게 여겼다. 협업과 협력, 연대의 엄밀한 차이를 사실 잘 모른다. 협업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흡수하거나 지배하거나 위계를 세우려 하지 않는 전제가 있다. 이럴 때 여러 분야의 의견과 시각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이 같은 목적으로 '함께 일을 해서 결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각자에게 의도했던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성과로 나눠지기까지를 나는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리는 경험에서 나왔다.

전에 어느 기관에 근무 했을 때다. 관련된 여러 기관이 한데 모인 클러스터형 모양새를 갖춘 곳이었다. 마케팅 분야를 담당하면서 각 기관의 마케팅사업을 들여다보게 됐다. 연구결과나 신제품이 나온 뒤 마케팅을 통한 매출이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예산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기관마다 비슷한 목적과 대상과 방식을 갖고 있었다. 실무자포럼을 통해 각 예산과 사업을 하나처럼 움직여 보자는 제안을 했다. 실무 모임을 구성했으나 기관들의 몰이해로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사람이 포럼운영 이야기를 듣더니 반색을 하면서 꼬치꼬치 물었다. 회의록을 미국으로 보내 줄 수 없느냐고도 했다. 대략 실리콘밸리의 동력 중 하나가 협업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하나 사례는 광주 남구주민회의 대표를 할 때다. 당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국내에 도입된 초기였다. 주민운동에 사업개념의 접목이 낯설기도 했고, 워낙 편차가 큰 개인 간, 단체 간 이견으로 애를 먹었다. 고심 끝에 협의체의 가장 큰 목표를 협업으로 잡았다. 각 단체가 고유한 조직을 갖되, 어느 사업은 단일사업과 같이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몇 가지 이런 경험은 그 뒤로도 짙은 잔상을 남겼다. 지난 30일 개막을 한 '남도풍류 ART 프로젝트'도 협업이다. 신문사는 보도의 기능이 있고, 행촌문화재단은 예술분야의 전문성을 가졌다. 이 둘을 중심으로 사찰과 군청의 협력을 얻어 갔다. 사업비도 신문사와 행촌재단이 담당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남도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지발위의 경우, 두 사업이 함께 치러지는 유례없는 협업에 대해 이해를 해줬다. 전문 전시관은 행촌미술관 밖에 없다. 고산유물전시관 등 다른 전시장은 대개 기존의 설치물을 그대로 두고 작품을 설치했다. 해당 실무자들이 옹색할 일이었지만 기꺼이 사용을 허락해 이채로울 지경이다.

이 프로젝트는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고 짐작한다. 그 유수한 많은 작가가 현장을 방문하고, 새로운 작품과 함께 300점의 작품을 내줬다. 좀 드문 형태의 작업이라 미술계의 시선도 끌고, 해남의 방문객들의 방문 포인트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앞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종횡으로 이어질지 흥미롭기도 하다. 각 참여자들의 홍보와 격을 높이는데도 기여하리라.

하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의 협업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더 중요하다. 해남 같은 지역의 지난 시절 공동체에선 늘상 협업이 빈번했던 것 아닌가 싶다. 또 작지만 여러 곳에서 그러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새삼 눈에 띈다. '각자 최대로 자유롭지만 협업 한다'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의 가능성이 새로운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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