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부터 해류에 떠 밀려온 모자반이 해남 해안가에서 이상 증식해 골치다. 제주도는 바람에 떠밀려온 파래가 해안가를 뒤덮으면서 썩어 악취와 오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에 1백 톤 가량의 해초가 쌓여 이를 제거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저 위쪽 동해안은 우뭇가사리, 다시마, 미역이 뒤엉켜 쌓이는 바람에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긴장을 크게 했는가 보다.

언론에서는 그냥 뭉뚱거려 해초라고 보도를 했는데, 해초와 해조는 좀 다르다. 육상의 초목처럼 꽃이 있는 것이 해초다. 포자로 번식을 하는 것이 해조류다. 이번에 문제된 대부분이 해조류고, 우리가 즐겨 먹는 김, 다시마도 같다. 해초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자라는 잘피, 새우말, 거머리말 등이다. 그러니 굳이 시비를 건다면 해초의 습격이 아니라 해조의 습격이다.

뭐라 부르건 이번 해조류의 이상증식은 이상기온 탓이라고 추측을 하는 모양이다. 때로 해류나 바람에 해초, 해조류가 해안가에 밀려드는 경우가 있긴 하다. 다만 해초류나 해조류의 생태계의 중요한 기능으로 볼 때, 갑작스러운 증식에 따른 전면적인 현상이라면 심각하게 원인을 살펴야 한다. 해초와 해조류는 바다에서 육상의 초목처럼 생태계의 가장 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작은 어류에게 먹이가 되고, 초식성 해양 동물들에겐 먹이와 서식지와 피난처를 제공한다. 바다에서 만들어진 산소가 육상보다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이 바다 산소의 대부분이 해초, 해조류가 내뿜는다. 또 바닷물에 스며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해안의 침식을 막는 완충작용에 육상으로부터 흘러든 오염물질을 정화하거나 과잉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러니 육지에서 나무를 심고, 산림과 습지 등을 보호하자는 것과 다름없이 해초, 해조류는 중요한 대상이다.

한편 해조류가 식품으로서의 기능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이 낮고 이들이 가진 탄수화물은 소화력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 각종 무기염류가 풍부하고, 비타민 함량이 매우 높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강하, 동맥경화 예방, 항암, 항균 항바이러스, 골다공증 예방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니 각종 요리에 해초가 다양하게 쓰인다. 비빔밥, 국수, 기능성 화장품, 비누, 초무침, 쌈밥, 떡 등을 비롯해 김치조차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것도 생태계 균형이 깨져 급작스럽게 증식을 하면, 재앙이다. 더구나 바다는 육지처럼 인간이 인위적으로 균형을 잡거나, 사전에 예방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곳이다. 육지에서의 경각심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또 기온의 변화에 대한 식물들의 적응력 또한 물이 가진 비열의 크기로 인해 육지와 사뭇 다를 거다.

과유불급이라고도 했다. 올해 갑작스러운 해(조)초의 해안 습격사건은 인간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단순히 귀찮고 성가시게 여길 일은 아니다. 이걸 계기로 해양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세계인구가 1650년에 5억5천만 명이었는데 산업혁명이 있던 1850년 11억7천만 명으로 폭증했다. 1960년에 30억 명을 기록했고, 2050년엔 9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많다고 좋을 일만 아닌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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