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각자도생의 길에 접어든지 오래다. 권력과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이 국민이든 주민이든 그들의 삶을 살펴주지 않는다. 그래서 유난히 삶의 구체적인 터로서 공동체와 지역의 중요성이 얘기된다. 그러면서도 중요하다는 말만 남발될 뿐 각각은 흩어져 숨 쉴 공간이나마 얻으려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지역'은 있되 주민이 주체인 '지역'은 보기 힘들다. 권한이 턱도 없이 커진 지자체(장)이 마치 지역의 대표인양 착시를 일으킨다. 행세 좀 하는 몇몇 그룹들도 완장처럼 그 틈새를 즐기고 있다.

광주 U대회. 이 대회는 대학생 중심의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순위, 기록에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고, 상업적 입김도 과다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신선하다. 보도를 보면 이 선수들이 광주를 활보하면서 젊고 발랄한 기운을 마구 흩뿌리고 다닌다. 그런다 해도 이들 발길이 내륙도시인 광주를 크게 못 벗어난다. 이 때 먼거리 여행에 따른 사고 등을 충분히 예방한다면, 그들 일부를 해남으로 불러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이들이 해남을 찾았다면 광주에서 맛보지 못했던 감동을 받았으리라 확신한다. 허나 U대회는 U대회고, 해남은 그저 해남일 따름이다.

정치권 동향이 심상치 않다. 여도 야도 분열이 명백하다. 정당이 그 존립 근거를 상실한 결과이며 권력의 상층부의 다툼에 불과하다는데 이의가 없다. 그 중 정당의 핵심적인 기능, 지역자치를 기반으로 여론을 제도화하는 기능은 뇌사상태다. 따라서 정당의 지역에서 역할 역시 돌이킬 수 없이 삭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정당은 그 지배력이 강고한 한편 이를 바꾸려는 발언이나 행동은 찾기 어렵다. 지켜보다가 줄을 잘 서서 목적을 이루려고 기회를 보는 자들은 꽤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 재편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지역민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이리저리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리멘더링의 정황이 잡힌다. 지역의 중요성과 지역주의의 망령과 차이를 너무 잘 아는 주민들을 바보 취급하듯이 말이다.

해남신문은 지역의 여러 곳과 논의를 거쳐 7월 말 '풍류남도 ART프로젝트' 본전시를 오픈한다. 해남의 문화와 삶의 진면목을 들여다보자는 시도다. 해마다 그 작업의 밀도를 높일 것이고, 지역의 참여도 상당히 커질 것이다. 아니 지역이 중심이 될 것이다. 기획이 작년 말부터 구상이 됐으나 여유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본전시를 앞두고 외부의 관심들이 예사롭지 않다. 참여하는 작가들, 미술 관련 기관이나 관계자들, 언론 등이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해남에 관심과 방문이 상당하리라고 추측한다. 한데 정작 해남에선 강 건너 불구경이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여러 지역 요소가 프로젝트와 연계되고, 상호작용할 발화의 강도에 무감각해 보인다. 혹은 애써 무시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자체는 이 기획을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

삶의 맛을 느끼게 하는 감각들이 더러 살아있다. 세월호 관련 추모나 책임에 대한 쉼없는 주장, 아이들을 돌보려는 여러 노력들, 모실장과 같은 생산·소비·문화 공동체 실험, 생협의 남다른 성과, 일제 만행에 대한 평화비 건립과 참여. 이들은 지역의 말초 감각일 뿐 지역을 좌지우지하는 줄기들은 말랑말랑한 예민한 감각을 잃었다. 무감각증이 지역침탈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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