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을 몇 개 마련했다. 대개 이 시기에 진행되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 중 해남이 서남권의 중심이냐 또는 중심권이 되는 조건에 대한 특집이 핵심이다. 그간 해남의 서남권 중심으로서 기능에 대해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다. 과거 해남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가 지금 놓쳤으니까 이것을 다시 찾자는 복고적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잠재력이 있으며, 이걸 '새삼스럽게 들여다보자'는 뜻이 많다.

해남이 농어촌의 대표적 처지를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인구감소로부터 전 분야의 쇠락이란 점에서 도시 외 대부분의 지역이 안고 있고, 가속화되는 현실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서울과 수도권 중심 사고나 광역권에서 광주 중심의 구심력으로 볼 때, 해남은 가장 먼 곳이다. 그래서 도시 인근보다 더 전형적인 농어촌이면서 동시에 서남권 중심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중첩됐다. 이런 점들에서 문제와 과제가 동시에 보인다.

도시집중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여러 형태다. 국토균형개발이란 이름으로 정부기관 이전, 대학 이전, 기업도시 건설 등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분산시키려는 방법은 지금도 계속된다. 또 행정구역을 좀 더 작은 권역으로 나누는 방법이 오래 전부터 검토되고 있다. 광주. 전남의 경우는 광주권, 목포권, 여수.순천권 등으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렇게 권역이나 기능을 잘게 나누려는 것은 경제, 교육, 문화 등의 삶의 균질화 혹은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정착되고, 정치적으로도 고착된 현 행정구역을 일시에 개편하는 것은 무지 어렵다. 그 절충적인 안이 중(中권), 해남 입장에선 서남권으로 나타났다. 절충이라고 한 것처럼 그 간 형성된 안정감, 유대감, 부문별 동질감을 깨지 않고 유지되는 3~5개의 자치단체를 '권'으로 보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권역을 말할 때, 특히 서남권을 말할 때 해남만이 중심이 돼야하고, 지금 대도시들이 누리는 혜택과 지위를 해남이 가지자는 것은 반대한다. 현재 나타나는 도시 중심의 폐해를 반복, 복제하는 배타적 중심권은 아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협력과 행정구역 단위를 넘어서는 부문 간 장(場)의 재구성이 뒤따라야 한다. 문화는 강진 등과, 수산업은 완도 등과, 배추 등 어떤 분야는 3~5개권을 벗어나는 곳과도 함께 할 수 있겠다. 상당한 식견과 능력을 가진 이들은 장을 넓힘으로써 출중한 역할을 할 기회도 되겠다. 이렇다면 땅끝을 시작점으로 보는 생각의 전환과 나아가 스스로를 지역매몰에서 소외시키는, 새로운 관점의 획득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자발적 소외의 한 방식으로 내부 성찰은 물론 외부와 교류, 외부인을 수용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두기를 제안한다. 해남의 이런 시도는 농어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리라 상상한다.

서남권 중심조건을 기획할 때, 특집에서 제시된 13개가 아니라 40개에 가까운 꼭지를 구상했다. 지역 소외를 비롯해 공동체 복지체계의 실험, 갈등해소, 실패한 정책으로부터 교훈, 군민 자율권, 생산과 그 이익의 유출, 빚 문제, 정치환경의 개혁 등 까지 욕심을 냈다. 하지만 내부 역량과 공동기획에서 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는 누구나 보는 것이다. 앞으로 다뤄질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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