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MBC가 '용감한 청년을 찾습니다"란 제목의 짧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화요일인가, 조회 수가 45만회를 넘고 있었다. 2일 오후 1시30분께 광주 지하철 쌍촌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85세 노인이 발을 헛디뎌 선로로 떨어졌다. 순간 그 방향에 있던 청년이 노인을 구하려 지체 없이 뛰어내렸다. 반대편 방향에서도 한 청년이 선로를 펄쩍 뛰며 가로질러 합세했다. 잠시 후 노인은 구조됐다.

이 장면을 승객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촬영했고, 방송사에 제보했다. 방송사는 한사람은 찾았던 모양인데, 또 한 사람의 청년을 찾고 있었다. 이 동영상엔 순식간에 글이 달려 나갔다. 그런데 이 글들이 요즘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과 원하는 무엇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SNS 활동의 경박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어떤 논리적인 글보다 짧디 짧은 수많은 글들이 더 가슴을 친다. 이 글 중 늘상 뒤따르는 어깃장이 거의 없다.

대체로 칭찬과 감동의 도배다. 멋져요. 사랑 한다 또는 상남자다 또는 남친 삼고 싶어!(많은 젊은 여성들의 반응이다) 훈훈하다. 용기 있다. 우리 청년들 살아있네. 자랑스럽습니다, 형님들. 형, 눈물 나. 뭉클하다. 감사합니다. 존경스럽다. 상을 주자. 크게 될 인물들이다. 다행이다, 할아버지는 괜찮나.

위로를 받는 글도 있다. 살맛난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이유. 아직도 세상은 따뜻해. 정의는 살아있다. 이런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대한민국.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라 이런 글도 있다. 광주를 다시 본다, 역시 광주. 광주 갑이다. 단지 감동만 아니라 공감도 뒤따른다. 청년들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지 않다. 전주에도 지하철이 있었으면 한다. (아마도 그런 일이 눈앞에 벌어지면 자기도 그렇게 하리란 뜻인 것 같다) 우리 아들이 저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저런 사람들이 절반 이상 있어야 해.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있다. 저런 분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데. 와! 누구는 미국으로 도망가는데…. 우리나라에도 미친 분이 계셨네. 정부는 왜 저런 좋은 행동을 1%도 안할까. 군대 안갔으면 면제, 대학생이면 전액장학금, 회사원이면 연봉 올려라, 계약직이면 정규직으로 전환. 썩어가는 나라에 불씨 같은 존재.

괴물과 맞서던 영웅은 책이나 영화 속에 갇히고, 기계부품 같은 생활 속에 희망은커녕 판도라상자조차 구경 못한다. 이런 때, 생활 속 '영웅'은 이렇듯 박수를 받고 있다. 아다시피 광주 전철은 엔간한 사람들은 모두 이용하는 서울의 대중철이 아니다. 단선이기도 하고, 대중교통 분담율도 아주 낮다.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들이 많아 '노인철'이다. 또 서민들만 이용해서 어찌 보면 '계급철'이다. 이 청년들도 그 부류일거니 공감도 박수도 많다.

지구를 구하고, 국가를 보위하고, 당을 재건하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위험을 무릎썼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찬사가 우리 대다수가 바라는 무엇임을 지구를 구하고, 국가를 지키고, 당을 혁신한다는 사람들이 아는가 모르겠다.

떨어진 그가 죽을 수 있다! 나도 뛰어들면 위험하다! 그러나 내 생명과 그의 생명, 내 죽음과 그의 죽음이 서로 타자화 하지 않고 일체가 되는 긴박한 순간. 죽음을 넘어서는 청년의 팽팽한 근육, 신경, 몰아쉬는 호흡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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