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의 날 행사를 뜯어보면 군민에 의한, 군민을 위한, 군민의 행사가 아니라는 모습이 여럿 보인다.

한 면의 이장 한사람이 전화를 해왔다.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군에서 이장 활동비 20만원 중 10만원을 공제했다고 말했다. 또 마을별로 20~30만원을 할당해 행사비를 보태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분노했다. 할당이 아니라 그 날 점심 때문이다. "돈도 냈는데, 우리 음식은 멸치, 미나리무침, 생선 한토막, 뻣뻣한 돼지뒷다리 수육, 방울 토마토였다. 그런데 단상은 홍어회에 숭어사시미로 걸게 차렸더라" 그는 멸치와 홍어, 숭어의 비교를 강조했다.

행사를 위한 동원은 여전하다. 군에서 면에 몇 백만원씩 지원을 했다. 면에 따라 돈이 남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군에서는 행사를 핑계로 보란듯이 돈을 줘서 생색을 냈다. 이는 동원으로 이어졌다. 그런 돈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면 과연 군민들이 얼마나 참석했을까. 이전에 흑석산 철쭉제에서도 동원성 모습이 있었다. 표를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표"들의 외면이야말로 사형선고나 같다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동원은 구태다. 한편 면에서 어느 행사에 초청장을 받았냐는 체면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다. 면은 행사 때 초청자 명단 작성에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군 행사라고 다를 게 없다. 초청장을 보냈는데, 아마 일부 선별적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군에서 정중히 참석여부를 물어주느냐는 체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사 의전도 마찬가지다. 누군 소개하고 안하고, 인사말을 시키고 안시키고. 오래 되씹어 회자된다. 이런 일부의 조바심과 달리 뙤약볕에 나이든 군민들을 앉혀두고 별 내용이나 진정성도 없는 인사말이 줄줄이 계속된다. 이건 결코 군민을 모시는 자세가 아니다.

이 정도면 지나갈 일인데, 사정이 그렇지 않다. 도의원 세 사람을 한데 묶어 대수롭지 않은 듯 소개만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이 지나침이 무심코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전부터 군수가 위협적인 대상을 심하게 경계하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외껍딱'에 속상하는 게 아니라 싸움이 벌어질 기세다.

해남군 체육회 상임부회장이 군민의 날 추진위원장이다. 그런데 김석원 씨가 당사자란 점에서 탐탁찮은 파장이 있다. 그가 누군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2위였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후보를 사퇴 했다. 최근 그가 박군수 사람으로 들어갔다는 세간의 판단이다. '판'이 깔린 군민의 날 행사가 국회의원, 군수, 지방의원 등 현직과 입지자, 추종자, 비판자 등이 얽혀 바야흐로 세력의 충돌이다. 김봉호 전 부의장 아들 영균씨의 이날 행세는 더 직접적이다. 샅바싸움의 전초전 양상을 보인 흔적들이다. 말할 것도 없이 동원돼 멸치나 씹는 군민들 뜻과 영 다르다.

행사별 준비, 두 번의 불꽃놀이, KBS노래자랑과 연계 등 공을 들였으나 위세 과시에 초점이 맞춰진 군청의 서툰 속셈이 엿보인다. 좀 더 깊숙이 보면 과거 주류와 현재 주류, 아예 새롭게 주류가 되려는 측들 사이의 날카로운 기류가 행사의 웃음 뒤에 감춰졌다. 행사에 참석했거나 마뜩치 않아 외면했거나 간에 이것이 진정한 관심사다. 해남신문의 군민의 날 기사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접속 건수가 1천5백건이 넘었다.

내년이 총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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