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사(思無邪)를 되새기며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정치판을 한 번 들여다보십시오. 너도나도 나서서 한마디 거들지 않으면 팔불출이라도 되는 양 때론 거침이 없습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언어의 유희(遊戱)라고나 할까요. 이들의 유치한 말잔치를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저 조마조마할 따름입니다. 차라리 ‘말로써 말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던 심정.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거친 말을 멀리함으로써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쳐 피차 함께 해를 입는 일을 면하고 좋은 말을 익힘으로써 자기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해 내와 남이 다같이 이롭도록 힘써도 부족할 터인데…

세 번 생각하는 마음으로

‘입 속에 있는 도끼가 발등을 찍는다’했습니다. 말이란 것이 인간사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아주 소중한 것이지만 가벼이 함부로 썼다가는 자신과 사회를 불행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겠지요.
불가(佛家)에서도 입으로 짓는 나쁜 업을 네 가지로 분류하며 경계합니다.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가 그것으로 망어란 거짓된 말이요, 기어란 진실이 없는 말로 속이는 것이며 양설은 험담으로 사람의 사이를 이간하는 말이고 악구는 추악한 말로써 남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모두가 불교십악의 하나로 자신과 남을 해치는 말들입니다. 아울러‘일언삼사(一言三思) 하라’ 가르친 성현들의 깊은 뜻을 새겨 혹시라도 설화(舌禍)를 입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성경에도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 온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야고보서 3장6절­’고 나와 있습니다.
혀로 표현되는 사람의 언어는 인격의 표현으로 사람의 행위를 규정합니다. 따라서 혀에 대한 온전한 통제는 곧 인격과 행위의 완전성을 의미하는데요. 말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태워지고 죽음을 당하였는가. 경종을 울립니다.
한마디로 말조심하라는 이야기지요.
요즘 정치권은 지난 번 방미(訪美)를 두고 ‘굴욕외교’라고 하더니 이번 방일(訪日)은 한 술 더 떠 ‘등신외교’라고 폄하하는 상식이하의 발언으로 술렁거렸습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국가원수에게 '등신'이라는 무례를 범한다는 것이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손 쳐도 너무했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여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두둔하고 나선 이를 보면 그렇게 하면서까지 정치를 해야하나 안쓰럽습니다. 당사자의 공식적인 사과로 일단락 됐지만 앞으로 당분간은‘등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거라는 생각. ‘엽기’라고요. 어찌됐건 유행에 민감한 세상이 아닙니까.
그 유행은 무조건 따라하기일 수도 있고 자기과시를 위한 계산된 장식(粧飾)일 수도 있습니다.‘개인기’ 하나정도 없으면 잘못하다간 ‘왕따’가 돼버리는 세상을 살면서 유행에라도 민감해야지.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쉽지 않은 세상살이입니다.
유행어를 보면 억지춘향격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즐거워합니다. 개인이 갖는 특유의 억양을 흉내내기도 하며 변형된 신조어(新造語)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특히 신세대들의 대화는 마치 국적 없는 외국어 수준이지요. 자칫하다가는 이러한 말로 인해 세대간에 단절이라는 불행한 상황이 닥치지 않을까 정말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를 가리켜 ‘P세대’라 지칭합니다. 앞서 ‘386세대’,‘X세대’,‘N세대’,‘W세대’를 넘어 참여(Participation)와 열정(Passion)을 공유하는 ‘P세대’는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싫음’으로 사회이슈를 판단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 월드컵과 대선을 통과하는 변화의 중심에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이제 이들 세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러모로 피곤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됩니다. 특히 정치를 하거나,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말입니다.

바른말이 당신을 감탄케 합니다

잠시 쉬었다 가는 의미에서 들은 얘기 하나 할까요. 가정의 평화와 사랑 받는 남편이 되려면 ‘사랑해’,‘예쁘다’,‘맛있어’ 이 세 마디를 잘하면 틀림없답니다. 쉽다고요. 그럼 어디 당장에라도 해보십시오.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필요할 때면 당당히 나서서 내 주장을 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말입니다. 이쯤에서 공자(孔子)의 ‘사무사(思無邪)’를 되새겨 봅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나 대체로 ‘사람의 생각이 바르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말도 마찬가집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말로써 바른 생각을 전한다면 상대방은 틀림없이 당신을 ‘감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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