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정과 인심 가득 40여 년간 매일시장서 2대째 장사

겨울철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간식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길거리 표 음식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국화빵이 아닐까 싶다. 물론 최근 들어 붕어빵과 피자빵 등 겨울철 간식이 다양해졌지만 요즘같이 차가운 날씨면 어릴 적 먹었던 국화빵이 절로 생각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화빵 속에 담겨있던 국화빵집 주인의 따뜻한 정과 인심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 더욱 춥던 지난 14일 해남읍 매일시장에 있는 '해남원조 국화빵'집을 찾았다.

매일시장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해남원조 국화빵 2대 국화빵·순대'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김이 모락모락 나 맛있게 보이는 국화빵과 순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는 원래 고(故) 박미순 할머니가 40여년 넘게 매일시장을 지키며 국화빵과 순대를 팔았었다. 지난 2011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지금은 박 할머니의 아들, 그리고 며느리인 강필성·노경숙 씨 부부가 대를 이어 같은 장소에서 국화빵을 팔고 있다.

해남원조 국화빵이라는 타이틀답게 강 씨 부부가 파는 국화빵은 인기가 많다. 특히 노인들과 매일시장에서 좌판을 하는 상인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공사 현장이나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새참으로도 많이 사먹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해남원조 국화빵이라는 카페를 만들어 전국각지에 택배 판매를 하고 있다.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한 번 찾는 손님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아 꾸준하다고 한다.

강 씨 부부가 파는 국화빵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변함없는 옛 맛 그대로 때문이라고 한다. 또 특유의 넉넉한 인심도 한 몫 한다.

며느리 노경숙 씨는 "엄마가 장사할 때랑 다른 게 하나 없다. 국화빵 안에 들어가는 팥도 밀가루도 다 엄마가 하던 그대로다. 그래서 사 가시는 손님들은 다 좋아한다"며 "가끔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엄마가 할 때나 지금이나 맛이 똑같다는 말을 해줄 때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명절이면 국화빵을 사기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게에서 매일시장 입구까지 쭉 늘어서는 진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해남원조국화빵 만의 자랑이라고 했다.

단지 해남에 큰 마트가 생긴 뒤로 시장을 찾는 사람이 적어져 그때보다 손님이 좀 줄어 아쉽다고 한다.

한참 강 씨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여기 국화빵 얼마에요"

"천원에 다섯 갭니다"

"이천원 어치만 주세요"

강 씨가 인심 넉넉히 국화빵 몇 개를 더 담아서 건네주자 손님이 고맙다며 밝게 웃으며 떠나갔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시장아주머니가 "필성이 점마가 즈그 엄마랑 똑같당게. 얼굴만 닮은게 아니라 국화빵 만드는 솜씨도 그라고, 인심 넉넉한 것까지 꼭 닮았당게" 강 씨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부부도 이 자리에서 국화빵도 팔고 사람 사는 정을 나누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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