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경기 군포시) 국회의원

김남주 형님.

지난 세월 나는 당신을 회상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문득문득 당신이 누워있는 묘소를 찾았을 때도 거기 그냥 박제된 사진만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엊그제 같습니다.

돈암동 산동네 처마 낮은 집 골방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장기도 두다가 박정희 정권을 어떻게 엎어버릴까 궁리하며 밤을 지새던 일, 혜화동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텅 빈 동성고등학교 교정에 숨어들어 삐라를 뿌리던 일, 무력으로 싸우기 위해선 체력단련을 해야 한다며 우면산 산자락을 타고 오르던 일 등.

나는 아직도 형을 생각하면 스물 남짓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합니다.

당시 ‘체 게바라’를 ‘프란츠파농’을 ‘호치민’을 읽고 있던 당신은, ‘네루다’를 ‘브레히트’를 읊던 당신은 그때 이미 식민지 민족해방을 꿈꾸던 혁명가였고 억압당하는 민중들의 편에서 노래하는 혁명시인이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살고 있던 땅을 그런 해방의 땅으로 만들고자 꿈꾸었습니다.

수많은 밤 당신과 나눈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가난하고 핍박받는 내 조국,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동학농민전쟁에서 스러져간 영혼들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그런 시절을 살았습니다. 그런 청춘의 시절을 나는 형과 함께 했습니다.

아직도 나는 당신이 꿈꾸던 그런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땅에서 먹고사는 일로 절망하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 일하다가 아내와 자식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는 세상, 먼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을 볼 때마다 언제 휴전선이 터져 전쟁 날까 불안해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꿈,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억압받지 않고 사는 나라,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봉사하는 나라, 당신이 꾸던 꿈을 아직도 나는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당신과 함께 숨 쉬고 밥 먹고 잠자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도 내 안에서 내 곁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보내지 않았으므로 당신을 회상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꾸었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 꿈을 당신과 함께 이루고 싶습니다.  그 꿈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땅에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

형님, 사랑하는 김남주 형님. 이 땅에서 우리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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