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 (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예전에는 연말이면 전국이 보도블록 교체 공사장이었다. 예산 낭비라는 오해를 산 보도블록 교체 공사는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연말엔 '공사 중'인 곳이 많다. 해남도 그렇다. 왜 이렇게 유독 연말이면 공사를 많이 할까? 공사만이 아니고 연말이 가까워지면 학교 등등의 기관에도 강습이 많아 강사들이 눈코 뜰 새 없다며 비명을 지른다. 목적세로 하는 사업인가 보다.

교육세, 유류세, 농어촌특별세, 지방세 중 지역자원 시설세와 지방교육세 등의 목적세는 다른 목적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배정받은 예산을 다 쓰지 못하면 다음 해는 배정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배정액을 무조건 써야 한다. 유용하지만 '웃픈' 세금이다. 목적세거나 보통세거나 일단 세금을 갖다 썼으니 정산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군청과 같은 행정이 과실별로 일반서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배정하는 이유인가 보다.

500만 원 정도의 교부금을 받아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으뜸마을 사업을 운영해온 마을의 대표들도 연말인 지금 막바지 활동을 하고 있거나 정산작업을 하고 있을 거다. 필자도 4년 전부터 전남마을공동체사업과 전남사회혁신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활동하면서 1년 열두 달을 사는 게 아니고 열 달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12월과 1월 두 달이 운영한 사업의 정산과 다음 해에 할 또 다른 공모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반 국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애쓰는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정산 감시'도 받지 않고 사용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알게 되었다. 바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라는 비목으로 검찰 등 공권력이 사용한 돈 말이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비용은 제대로 감시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 있었으니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한동훈 휘발'이라고 쓰면 나오는 백지영수증 제출 사건이다. 영수증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 휘발된다. 그래서 500만 원의 교부금을 받는 마을활동가들은 영수증을 스캔하거나 복사를 해서 보관한다.

우리는 그렇다. 우리는 정산서류를 내고도 여러 번 불려 다니며 서류 보충 작업을 한다. 세금으로 사업을 진행했으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세금 도둑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울화가 치밀 때도 있다. 우리가 낸 세금을 우리가 쓰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우리는 하라니까 한다. 그런데 국가권력 등등은 그런가?

'바이든 날리면'처럼 백지영수증도 다 잊혀져 간다. 이슈를 이슈로 덮어버린다. 아니, 못된 이슈를 계속 만들어낸다. 다 잊으라고, 다 잊혀지라고. 장악된 언론이, 대통령의 전용 비행기에서 포도주를 나눠마시는 언론이 잠자고 있어 더 그렇다.

해남신문이 '오피니언'란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나 보다. 이 글을 끝으로 '해남프리즘'이 없어지고 필자는 해남신문 편집논설위원장의 자리를 내려놓으며 '내가 곧 해남신문이다'라는 마음으로 몇 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우리 해남신문이 군민들의 솔직담백한 의견을 실어낼 수 있는 신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해남신문이 33년 전 창간을 하면서 약속한, 힘 있는 자나 특정 집단에 치우치지 않고 정론을 펴는 정론직필을 실천하는 신문, 지역문화와 지역개발에 앞장서는 신문, 지방자치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신문 그리고 독자와 군민이 주인인 신문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자리를 떠나는 편집국장에게 한 고위공직자가 해남신문에 많이 서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동훈 전 장관이 한 말을 인용해서 소리친다. "이게 언론이다, OO아."

또한 그동안 해남프리즘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모든 편집논설위원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해남신문 독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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