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수(향교삼호학당 고문)

▶殺人以與刀 有以異乎 曰 無以異也(살인이정여도 유이이호 왈 무이이야) -맹자 왕혜왕장구<상>

직역하면 사람을 죽임에 있어 몽둥이로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이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왕은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찐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다.

그런데 백성은 굶주린 얼굴빛이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려있다. 이는 짐승들을 몰고 와서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같다. 백성의 부모가 되어 그런 정치를 행한다면 어떻게 백성의 부모라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수천 년 전 얘기지만 근대사나 현대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광복 이후 10여 분의 한국 대통령들이 통치했지만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온갖 부정과 연루되어 치욕을 당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 죗값을 치른 대통령이 많다. 역대 대통령 중 존경받는 대통령이 단 한 분도 없다는 게 낯 뜨거운 일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정치가 진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어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함에도 부정부패는 더해가고 있음이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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